단단하면서도 길이 5배까지 늘어나는 '유리성 젤' 개발

이병구 기자 2024. 6. 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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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팀이 50% 이상 액체로 이루어졌지만 단단한 폴리머(고분자) 재료인 '유리성 젤(glassy gel)'을 만들었다.

유리성 젤은 비슷한 물리적 특성을 가진 플라스틱보다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고 원래 길이의 5배까지 늘어나는 등 특성이 유용하면서도 만들기 쉬워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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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구팀이 개발한 '유리성 젤'은 단단하면서도 원래 길이의 5배까지 늘어난다. 열을 가하면 다시 원래 모양으로 되돌아온다. Meixiang Wang, NC State University 제공

미국 연구팀이 50% 이상 액체로 이루어졌지만 단단한 폴리머(고분자) 재료인 '유리성 젤(glassy gel)'을 만들었다. 유리성 젤은 비슷한 물리적 특성을 가진 플라스틱보다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고 원래 길이의 5배까지 늘어나는 등 특성이 유용하면서도 만들기 쉬워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클 디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화학 및 생체분자공학과 교수팀이 단단한 유리성 폴리머과 말랑말랑한 젤의 장점을 모두 갖춘 소재를 개발하고 연구결과를 1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유리(glass)는 원자들의 배열이 일정하지 않은 비정질(amorphous) 구조로 단단하게 결합한 물질이다. 이와 비슷하게 유리성 폴리머(glassy polymer)는 플라스틱을 구성하는 폴리머 사슬이 일정하지 않은 배열로 움직이지 않아 강도가 강하지만 신축성이 없어 잘 부러진다. 반면 말랑말랑한 소프트 콘택트렌즈처럼 액체가 포함된 폴리머인 '젤(gel)'은 신축성이 좋지만 강도가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유리성 폴리머를 만드는 재료 물질을 액체 상태의 염(salt)인 이온성 액체(ionic liquid)와 혼합했다. 이온성 액체는 이온으로만 이뤄져 있고 물처럼 용매 역할을 할 수 있다. 혼합물을 틀에 붓고 자외선에 노출해 경화시키자 '유리성 젤'이 만들어졌다.

디키 교수는 "용매의 이온이 폴리머를 강하게 끌어당겨 폴리머 사슬이 움직이지 못하게 해 단단하지만 사이에 여분의 간격이 있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유리성 폴리머처럼 단단하면서도 신축성까지 있는 재료를 만든 것이다. 유리성 젤은 원래 길이의 최대 5배까지 늘어났고 열을 가하면 원래 모양으로 되돌아왔다.

유리성 젤은 50~60%가 액체기 때문에 비슷한 물리적 특성을 가진 일반 플라스틱보다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다. 또 단단한 소재에서는 보기 드문 특성인 점착성이 있었지만 점착성이 있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알아내지 못했다.

연구팀은 유리성 젤이 전지의 고체 전해질이나 소프트 로봇 등에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디키 교수는 "비슷한 기계적 특성을 가진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원료를 다른 시설로 운반하고 녹여서 제품으로 성형해야 한다"며 "유리성 젤은 3D프린팅으로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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