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수출에 상가 독식까지…멕시코, 中 상술에 '부글부글'
높은 임대료 제시하며 현지인 상인 몰아내고 시장 장악…당국 조사 나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미국의 니어쇼어링(인접지로의 생산기지 이전) 효과 속에 외국 자본 투자 붐이 일고 있는 멕시코에서 중국 상인들이 물량 공세와 부동산 장악에 기반한 상술로 현지인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아시아∼멕시코 해상 운임 추이를 살필 수 있는 화물운송업체 이터니티그룹의 EAX 지수를 보면 5월 컨테이너(40피트 기준) 운임은 5천140달러로, 전월 대비 55.57%나 올랐다.
1년 전 2천980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72%가량 상승한 수치다.
이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중국산 전기 자동차 수입량과 관련 있다고 운송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현지 일간 레포르마는 "중국에서 멕시코로 들어오는 전기차 때문에 항구 내 적재시설이 사실상 포화상태"라며 "이런 공급 과잉은 멕시코 내 전기차 수요 증가 때문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멕시코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재고를 늘리기 위해 '묻지마 수출'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멕시코 통계청(INEGI) 자료와 멕시코 자동차유통업체협회(AMDA) 발표 등을 보면 비야디(BYD), 장화이자동차그룹(JAC), 지리자동차그룹 등 중국 자동차 브랜드의 지난해 멕시코 내 판매량은 2022년 대비 63% 증가했다.
점유율로 보면 20%에 육박하는데,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멕시코 시장 점유율이 6.4%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난 것이라고 AMDA는 전했다.
멕시코에 도착한 중국산 전기차들을 전국 각지 매장까지 운송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점점 늘고 있다고 AMDA 측은 전했다. 차량 운송 예약이 5∼6개월씩 밀려 있어서다.
이 때문에 한때 수천 대의 신차가 라사로카르데나스 등 주요 항구에 그대로 발이 묶이기도 했다고 레포르마는 전했다.
컨테이너 선사 입장에서는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와의 거래를 굳이 마다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한다.
'매주 몇 개의 컨테이너를 언제 사용하고 싶다'는 가시적인 주문 데이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컨테이너 운영에 대한 세부 계획을 미리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업체에 큰 이점을 제공한다.
멕시코 도소매 상권에서도 중국 상인들의 시장 장악 움직임이 관찰된다.
최근 수년 사이 멕시코시티 한복판에 있는 역사 지구에 속속 자리 잡고 있는 '백화점 형태' 중국 상점이 그 대표적 사례다.
중국 상인들은 건물주에게 높은 임대료를 제시하거나 아예 7∼8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부동산을 점유·취득하고서 각종 생활용품과 의류, 가전제품, 완구류, 문구류를 박리다매 형태로 팔고 있다.
특히 기존 현지인들이 가게로 운영하던 곳을 '통폐합'한 뒤 그곳에 물건을 대량으로 쌓아 놓고 창고처럼 쓰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상인들은 멕시코 현지 건물주에게 '많은 현금'을 제시하며 한국 교민이나 멕시코 현지인들의 상점을 인수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최근 높은 임대료 때문에 가게를 넘겼다는 한 교민은 연합뉴스에 "숙련된 직원들까지 사실상 통째로 빼간다"며 "현재 멕시코시티에서 벌어지는 젠트리피케이션(외부인이 유입되면서 본래 거주하던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은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는 멕시코시티 당국에서도 달가워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기존 가게로 운영되던 공간을 중국 상인들이 대거 창고로 활용하면서, 세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살은 멕시코시티 세무 당국에 따르면 "역사 지구 내 최소 17개 건물에서 수백개의 사업체가 중국산 제품을 대량 판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멕시코시티 시정부는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현장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경제적 젠트리피케이션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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