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과학기술인재, 양성과 성장의 균형적 지원 필요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의 불모지였던 과거를 딛고 1966년 최초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1977년 최초 연구중심 이공계 특수대학원인 KAIST를 설립하면서 과학기술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04년 '이공계지원특별법' 제정 이후 5년마다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과학기술 인력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1983년 3만명 수준이던 상근상당연구원(FTE) 수는 2022년 기준 49만명에 이르렀고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연구원 수는 9.5명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우리나라의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23년 합계출산율 0.72명으로 전 세계 최저수준을 기록하며 인구감소가 가속화하면서 미래 과학기술 인재확보에도 큰 위기가 닥쳤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는 이공계 석박사생 수가 현재의 절반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전략기술을 중심으로 연구인력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과학기술분야 인력유입이 줄어들면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실마리는 최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과학기술 전공자 취업 현황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학기술 기반 일자리는 증가하지만 과학기술 전공자의 비과학기술분야 취업비중이 높아 수요-공급의 불균형이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2022년 기준으로 과학기술 전공자의 절반에 가까운 46.7%가 비과학기술 직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과학기술 전공자가 과학기술분야로 더 많이 진출하고 활발히 활동하도록 지원한다면 지금 예견되는 과학기술분야의 인력유입 감소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위해 먼저 우수한 이공계 인재가 졸업 후 과학기술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AI, 양자, 첨단 바이오 등 미래 유망기술과 관련된 신직업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이공계생의 흥미와 관심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산업계와 공동교육·훈련 및 소통을 활성화해 이공계 학생과 과학기술분야의 일자리를 직접 연결하는 기회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공계 석박사생에게는 안정적인 장학금과 연구비 지원을 통해 연구에 몰두하고 연구원으로서 경력을 이어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나아가 경력인재의 성장과 활약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AI, 바이오, 양자과학, 반도체 등 신기술분야의 역량강화를 수준별로 지원하는 'ExLENT(Experiential Learning for Emerging and Novel Technologies) 프로그램'을 2023년부터 시행한다. 우리나라도 역량수준과 경력경로를 고려한 과학기술 인재의 역량개발 체계를 구축하고 석박사급 고급 연구인력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고학력 베이비붐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한 지금 은퇴를 앞둔 연구인력을 대상으로 재교육·훈련기회를 제공해 과학기술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활약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다.
인구절벽으로 과학기술분야로의 인력유입이 제약되는 상황에서 신규 인력양성에 집중한 과거 과학기술 인력정책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과학기술 인력생태계 전반의 역동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인력양성과 인재성장을 균형 있게 지원하는 새로운 정책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우수 이공계 인력을 효과적으로 양성하고 이들이 졸업한 후에도 과학기술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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