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회담] 美전문가 "북러, 냉전 때 안보보장 갱신…한미일, 대응 필요"(종합)
빅터 차 "한미일, 내달 워싱턴 나토정상회의서 집단 안보 선언해야"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송상호 조준형 특파원 = 미국 전문가들은 19일(현지시간)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에서 '한쪽이 공격당하면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것을 두고 북러간 안보 협력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일방적이었던 과거 냉전 때의 북러 관계와 달리 최근 북러간 밀착은 상호 필요에 기반해 추동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다만 북러간 군사 협력이 동맹 수준까지 발전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이날 '한쪽이 공격당하면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북러간 합의가 과거 구소련과 북한의 조약과 같은 자동 군사개입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지를 묻는 연합뉴스 서면질의에 "그렇다"면서 "이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냉전 시대 안보 보장의 갱신"이라고 답했다.
그는 "다만 이번에는 러시아는 포탄, 북한은 첨단 군사 기술이라는 상호 거래적 필요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이 다르다"면서 "북러는 이념이 아니라 미국과 서방의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공통된 반대 의식으로 단합해 있다"고 평가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연합뉴스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북한은 항상 진정한 동맹이라기에는 부족했다"면서 "오늘 북러는 특별한 국방 파트너십을 갖고 있지만, 그것은 (군사) 동맹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북러는 미국 주도의 질서에 반대하는 연대를 보여주고자 하는 상호 열망은 있으나 서로를 위해 싸우거나 공동으로 군사 전략을 개발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나 정치적 의지가 없다"고 밝혔다.
시드니 사일러 전(前) 국가정보국(DNI) 산하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담당관은 연합뉴스에 "한국과 미국이 어느 날 갑자기 북한을 공격할 것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러시아의 북한 안보에 대한 약속은 실질적이기보다는 수사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포괄적 전략파트너십이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제상황 변화에 따라 협정의 요소들이 뒤집히는 등 변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상호 방위 관련한 표현도 공격이나 지원 내용 등에서 있어서 (구체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제니 타운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실제 문서를 보기 전까지는 알기 어렵다"면서도 "만약 북러가 '자동 군사 개입'을 의도하려고 했다면 일반적 '군사 지원' 대신 그렇게 표현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양국간) 매우 일반적 약속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기에 추가 군사적 조치가 있을 수 있지만 군대나 실제 군사개입 등과 같은 구체적인 어떤 약속은 (공개적으로) 없다"고 밝혔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연합뉴스에 "푸틴은 우크라이나의 4개 주를 러시아로 병합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이곳을 공격하면 러시아를 침공한 것이기 때문에 푸틴은 방어를 위해 북한군을 지원해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이나 미국이 북한을 침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한 뒤 '한쪽이 공격당하면 상호 지원한다'는 북러간 약속을 '김정은의 큰 실수'라고 평가했다.
반면 패트리샤 김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격상된 북러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서 상호 안보 지원 조항의 정확한 조문은 불분명하지만, 러시아의 안전보장을 받게 된 북한이 한반도에서 더욱 도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힘을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더 우려되는 것은 러시아에는 자국의 하급 파트너(북한)가 한반도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행동을 하는 것을 억제할 동인이 없다는 것"이라며 "러시아로선 아시아와 유럽 사이에서 미국의 관심을 분산시키는 측면에서 북한의 역내 도발을 환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로닌 안보석좌는 북한의 무기 지원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에 무엇을 제공할지를 묻는 말에는 "러시아는 정보와 기술을 제공할 것이고, 푸틴은 김정은이 핵무기를 계속 확장하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푸틴이 북한에 제공하는 기술 수준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는 북한의 핵무기 확장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위성이나 정보, 저위력 핵무기 위협을 통해 강압적인 힘을 얻는 방법 등을 도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싱크탱크 '불량국가 프로젝트'의 해리 카지아니스 대표도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북러간 군사 협력 수위와 관련, "서방과 예상치 못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양국이 지원을 위해 서로 군대를 파견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양국간 상호 (군사적) 지원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지아니스 대표는 또 "러시아는 북한에 갚아야 할 빚이 있다"면서 "러시아의 군사 전문가들이 북한의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직접적으로 도와줄 가능성이 있으며 이제는 그 도움이 보지 못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공개적으로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일러 전 NIC 북한담당관은 러시아의 대북지원과 관련, "한국과의 관계를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손상하지 않으려는 러시아의 이해가 공격적이고 위험한 북한에 대한 지원을 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트 워크 한미경제연구소(KEI) 연구원도 연합뉴스에 "좀 더 큰 그림에서 보면 이번 정상회담은 확실히 수십년간 북러 관계에 있어서 주목할만한 발전"이라면서 "급변하는 전략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 북러간 즉각적인 필요에 기반한 관계 강화가 전면적으로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이 미국에 외교적으로 관여할 의사가 없다는 것 등이 이런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조건"이라면서 "이 조건은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미국의 정책 변화 가능성, 중국의 북러 협력 강화에 대한 대응 등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워크 연구원은 특히 중국과 관련, "중국은 북러 관계의 확장 및 성격에 대해 동의하지 않거나 싫어할 여러 이유가 있다"고 말한 뒤 북러간 협력 강화가 미국과 한국 등 동맹국 간 결속 강화로 이어지면서 중국의 이익을 해칠 경우 중국이 북러 관계 변화에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러간 관계 밀착에 대응해 미국이 한국, 일본 등과 함께 상응하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밝혔다.
빅터 차 석좌는 북러 밀착에 대한 대응과 관련, 워싱턴DC에서 7월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언급하면서 "이것(북러 정상 회담)은 내달 나토 정상회의 계기에 한미일 3국간 안보 관계를 공식화해야 할 이유"라면서 "한 나라에 대한 위협이 모두에게 위협이 된다는 3국간 공동 (집단) 안보 선언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랭크 엄 미국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도 "중국이 최근 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해 한국, 일본과 경제 및 인적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처럼 미국과 동맹국도 북러간 관계 강화를 막거나 완화하기 위해 더 많은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패트리샤 김 연구원은 "한미는 군사적 억지력을 강화하고, 일본과 같은 파트너나 유사 입장국뿐 아니라, 중국과 같은 지역 안정에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들에 외교적 관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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