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헤즈볼라와 전면전 가나… “공격 계획 승인”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6. 20.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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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미국은 레바논에 특사 급파
이스라엘 북부에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이 서로 공격해 온 가운데, 18일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의 이스라엘 쪽에서 불이 타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남부의 이슬람 무장 단체 헤즈볼라와의 전쟁 계획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양측의 전면전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발한 하마스(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와의 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스라엘이 전면전 두 개를 동시에 치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18일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오리 고딘 소장이 이끄는 북부 사령부가 (헤즈볼라를 겨냥해) 최근 레바논 공격 작전 계획을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2일과 13일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에 하루에만 수백발의 로켓과 드론 공격을 퍼붓자, 이들의 본거지인 레바논 남부를 공격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헤즈볼라는 지난 8개월여 동안 레바논 국경에 인접한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해 왔다. 이스라엘은 이에 계속 “도발 중단”을 요구하며 확전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헤즈볼라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민간인 희생이 계속되는 한 멈추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들은 “이스라엘 북부 사령부 예하 사단과 여단들이 준비 태세에 나섰다”며 “키리야티 예비군 기갑여단과 226 예비군 공수여단이 레바논에서 전투를 치를 것을 대비한 2주간의 훈련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군사 시설을 전면 공격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지난 4월부터 시사해 왔다.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 북부에 대한 헤즈볼라의 로켓 및 미사일 공격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은 탓이다.

사진은 이스라엘 아이언돔 /그래픽=양인성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신의 보복’이라고 불러왔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에 5000발 이상의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자폭 드론을 날려 한때 9만여 명의 이스라엘 민간인이 대피하는 등 피해가 컸다. 이 중 6만여 명은 여전히 피란 생활 중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롯해 온건파인 베니 간츠 전(前) 전쟁 내각 장관까지 나서 피란민을 귀향시키기 위한 ‘군사적 조치’를 약속했었다. 유엔과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이 레바논 남부에서 무장 단체 활동을 금지한 200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헤즈볼라는 자국 정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슬람 정당이자, 이란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무장 단체란 점에서 하마스와 비슷하다. 그러나 규모나 조직에서 하마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자체 주장 병력 규모가 10만명으로, 전쟁 전 하마스(2만여명)의 5배 수준이다. 탱크와 전투 차량도 일부 갖추고 있다. 보유 로켓은 최대 12만발,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도 수천기에 달한다. 뉴욕타임스는 “헤즈볼라의 군사력은 레바논 정규군을 뛰어넘는다”며 “대량의 로켓과 드론, 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 방공망을 압도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면전이 터질 경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뛰어넘는 격렬한 전투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레바논 남부와 이스라엘 북부 일대가 온통 전쟁터가 될 수 있다. 국제 여론 악화 가운데 하마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경제 파탄에 몰려 있는 레바논으로서도 전면전은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동·이스라엘 문제로 연일 골치를 앓고 있는 미국은 부랴부랴 외교적 해법 찾기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국무부 부차관보 출신의 에이머스 호크스타인을 특사로 임명해 레바논에 보냈다. 그는 18일 수도 베이루트에 도착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은 이미 할 만큼 했다. 갈등을 하루빨리 외교적으로 푸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부) 라파 공격 6주 만에 하마스 소탕이라는 목표 달성을 앞두게 됐다. 라파 작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가자지구의 대규모 지상전도 일단락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군도 17일 “라파 내 전투부대 절반을 제거하고, 200여 개 땅굴을 파괴했다. 라파의 약 70%를 통제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민간인 방패를 내세운 하마스의 게릴라전이 계속되고, 이스라엘군 역시 ‘하마스의 씨가 마르기 전엔 철군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전쟁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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