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은 왜 태국보다 먼저 동성결혼 허용했나
18일 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 최초로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지만, 이는 아시아 대륙 전체로 보면 처음은 아니다. 태국 이전에 대만과 네팔은 이미 동성혼을 합법화했다.
네팔은 태국처럼 의회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하는 법을 제정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11월 동성 커플의 혼인 신고를 받아들이면서 사실상 동성의 결혼을 합법화했다. 지난해 6월 네팔 대법원이 성소수자(LGBTQ) 관련 법을 개정할 때까지 LGBTQ 커플의 결혼 등록을 잠정 허용하라고 정부에 명했고, 행정부는 이를 따른 결과다.
성소수자 친화적인 문화로 널리 알려진 태국에 앞서 인구의 80%가 힌두교도인 네팔이 먼저 동성 결혼을 인정했다는 사실을 낯설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네팔의 대법원은 그러나 이미 17년 전인 2007년에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는 그들이 성적으로 남성적인지 여성적인지 관계없이 모두 정상적 인간이며 자신의 권리를 행사해 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 권리를 지닌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후 2011년에는 세계 최초로 인구 조사에서 ‘제3의 성’을 인정했고, 2013년에 ‘제3의 성’을 표기한 주민 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커밍아웃한 게이가 국회의원이 되기도 했고, 여자용이 아닌 ‘성소수자’를 위한 공중화장실도 만들었다.
보수적인 네팔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보호에 있어선 세계 최고 수준인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힌두교 전통에서 ‘히즈라’로 불리는 ‘제3의 성’의 존재가 거론된다. 히즈라는 타고난 남자의 성을 물리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포기하고 여자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고대 힌두 경전에선 양성성(兩性性·Androgyny)을 지닌 힌두신의 인격을 체현한 존재로도 본다. 힌두 문화권에서 히즈라는 특별한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그 에너지로 축복이나 저주를 줄 수 있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이들은 샤머니즘 전통에서의 무당처럼, 환영받지는 못하지만 함부로 대할 수도 없는 존재로 여겨진다.
18세기 이래 영국 식민 지배를 거치며 서구 근대사회의 동성애 혐오 탓에 이들의 사회적 지위는 크게 추락했지만, 힌두 문화권 저변에는 이 같은 성소수자에 대한 존중 문화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힌두 문화권에 속하는 남아시아 국가 방글라데시에서도 2013년, 인도에선 2014년 ‘히즈라’를 제3의 성(性)으로 공식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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