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속내에 관심…긍정평가 속 '군사밀착' 경계도 나와

이현영 기자 2024. 6. 20.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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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새벽 북한 평양에 도착해 국빈 방문 시작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에 관심이 쏠립니다.

중국은 자국과 특별한 관계인 북러의 밀착이 가속화되는 데 대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내심 북한에 대한 영향력 축소와 북·중·러 3각 구도로의 깊숙한 개입을 경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선 관영매체들은 어제(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소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뤘습니다.

중국중앙(CC)TV는 어제저녁 메인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播·중국 CCTV의 뉴스 프로그램) 국제뉴스를 통해 푸틴 대통령의 방북 소식을 전했습니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김 위원장의 영접을 받는 장면과 환영식에서 김 위원장과 레드카펫을 걸어가는 영상을 보여주면서 양국 정상이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고 전했습니다.

관영 신화통신은 별도의 분석 기사를 게재하며 24년 만에 이뤄진 푸틴 대통령의 방북에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통신은 "여론은 러북 관계 강화가 양국 모두에게 큰 전략적 의미를 가지며 국제 지정학적 측면에서 외부 압력에 양국이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한다"고 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북한 모두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큰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양국 관계 강화가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믿는다"는 러시아 전문가의 분석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전문가를 간접인용 하는 방식으로 양측 관계 강화가 사실상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속내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다른 관영매체도 북한과 러시아 '밀착'이 미국과 동맹국들의 압박에서 나온 '합리적 선택'(rational choice)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인민일보 계열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자국 분석가들 의견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장기간 이어진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양국(북러) 고립·압박은 자동으로 그들이 유럽에서든 동북아시아에서든 미국 주도 동맹의 공동 위협에 함께 대응하도록 할 것"이라며 "러시아와 북한의 밀착은 합리적 선택"이라고 했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기로 한 점과 노동신문 기고문에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불가분리적인 안보 구조 건설', '서방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호상(상호) 결제 체계 발전', '일방적 비합법적 제한 조치 공동 반대' 등을 언급한 것을 소개한 뒤 "이번 방문은 확실히 러북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는 자국 전문가 의견도 전했습니다.

신문은 "미국 의사결정권자들은 미국이 모든 것을 명령하거나 옳고 그름의 가치에 관한 미국의 패권적 가치를 받아들이게 강제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며 "미국이 다른 국가들에 더 개입하려 할수록 스스로 세계에 더 큰 약점을 노출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도 서방 매체들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서방뿐 아니라 중국의 불안감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간 18일 보도에서 최근 몇 달 동안 러시아와 북한이 식량과 석유부터 무기까지 모든 것을 교환했다며 "결국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증가로 역내 미군 주둔 확대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은 중국으로서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짚었습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도 이번 방북과 관련, "경계하고 있다"고 보도해 주목받았습니다.

차이신은 그제 기사에서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게 됨으로써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 관계가 과열되고 있다"며 "이번 방북으로 러시아와 북한이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수준의 긴밀한 군사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까 걱정스럽다"고 강한 우려를 표시했습니다.

이를 두고 중국 당국이 '보이지 않은 손'을 동원해 부담이 적은 민영매체를 통해 다소 불편한 속내를 표시한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나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러가 정상회담을 통해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지원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이 다소 껄끄럽게 다가올 여지가 있습니다.

이는 1961년 북한과 옛 소련이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조약(조·소 동맹조약)'에 포함됐던, '유사시 자동군사개입 조항'을 북러 양국이 사실상 부활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여서입니다.

중국으로선 1961년 체결한 북중 우호조약을 통해 북한과 자동 군사개입 규정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란 점에서 북러가 북중만큼이나 군사적 밀착을 강화하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다 북러 밀착 가속화가 북·중·러의 3각 연대로까지 이어져 미국과 서방의 강한 반발과 압력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한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경제회복이 절실한 중국 입장에서 미국과 서방을 불필요하게 추가로 자극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 외교부는 그제 진행된 한중 외교안보대화 보도자료를 어제 발표하면서 "조러(러북)는 우호적 이웃으로 교류·협력과 관계 발전을 위한 정상적 필요가 있고, 관련 고위급 왕래는 두 주권 국가의 양자 일정(安排)"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북러 밀착을 적극 환영하기보다는 다소 '거리두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현영 기자 lee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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