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자식에게 물려줄 주식
미성년자 매수 1~5위 美 주식
기업 밸류업 정책 속도 내서
‘증시 우상향’ 구조 만들어야
올해 1~5월 중 미래에셋증권의 미성년자 명의 주식 계좌에서 무슨 주식을 샀는지 살펴봤더니 테슬라, S&P 500 ETF(상장지수펀드),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배당주 ETF, QQQ 등 1등부터 5등까지 모두 미국 주식이 차지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가 1위, 네이버, 카카오, 현대차가 상위에 랭크돼 있었는데,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주식으로 대부분 미국 주식을 선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유는 자명하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유전공학 등 산업 메가 트렌드를 주도하는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성장성,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엔비디아 주가는 300배 오른 반면 삼성전자는 4배 오르는 데 그쳤다. 미국 증시는 ‘가계의 주식 투자→기업 성장→성과 공유→재투자’라는 선순환 생태계 덕에 수십 년간 우상향(右上向) 그래프를 그려왔다.
지인이 입대를 앞둔 아들이 장병 월급으로 투자하고 싶어 한다면서 뭘 선택하면 좋을지 물었다. 미국 ETF, QQQ, SPY, SCHD 세 곳에 3분의 1씩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QQQ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메타, 테슬라 등 미국 빅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ETF이다. 최근 10년 수익률이 551%에 달한다. SPY는 미국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이다. 워런 버핏이 유언장에 유산의 90%를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고 했는데, 거기에 딱 맞는 ETF이다. 10년 수익률이 340%에 이른다. SCHD는 배당을 많이 하는 미국 기업에 투자하는 ETF로 10년 수익률이 300%가 넘는다. 이런 ETF에 투자하면, 미국 경제 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고위험을 감수하고 자녀에게 초대박 기회를 안기고 싶다면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엔비디아, 비트코인, 모더나(코로나 백신 기업)같이 가치가 10배, 100배로 뛸 텐 배거(Ten bagger) 후보를 찾아야 한다. 조심스럽게 접근법 하나를 제시하자면 기술 패권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국가의 미래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집중 지원하는 분야에서 후보감을 찾는 것이다. 예컨대,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심항공교통(UAM),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양자 컴퓨터 등이 그런 분야이다.
AI 시대 폭증하는 전력 수요와 탄소 제로(0) 시대에 대한 해법으로 미국, 중국은 SMR을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운 미국 테라파워, 오픈AI 샘 올트먼이 투자한 오클로(OKLO) 등이 앞서가고 있다. 드론 택시 같은 UAM 분야에선 미국 조비(JOBY), 중국 이항(Ehang) 등이 주목할 만하다. 휴머노이드 영역에선 옵티머스(테슬라), 아틀라스(보스톤 다이내믹스)가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양자컴퓨팅 분야에선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존 빅테크 기업 외에 아이온Q 같은 스타트업이 선두 그룹에 속해 있다. 이런 범주의 주식을 미성년자 증여세 면제 한도인 2000만원 이하로 사서 자녀에게 넘겨 주면 어떨까. 나중에 가치가 10~100배가 되면 상속·증여세 없이 큰 자산을 물려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국내 기업 중에선 텐 배거 후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식 시장은 가계의 여윳돈을 기업에 투자 재원으로 공급해 국부(國富)를 늘리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지금처럼 미국행 머니 무브가 계속되면 서울 증시 발전도, 국부 증진도 어려울 것이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이 더 속도를 내 서울 증시를 ‘우상향 시장’으로 만들고, ‘자식에게 물려 줄 주식’을 길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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