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하이재킹'으로 찾은 초심[TF인터뷰]
납치된 여객기의 부기장 태인 役 맡아 열연
"몰입감과 속도감 느낄 수 있는 작품…잘되길 바라죠"
하정우는 오는 21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하이재킹'(감독 김성한)에서 납치된 여객기의 부기장 태인 역을 맡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개봉을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이전에 봤을 때 부족했던 부분들이 편집으로 보완되면서 장점을 잘 살린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다행스러웠죠"라고 소감을 전하며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이재킹'은 운항 중인 항공기를 불법으로 납치하는 행위를 뜻하는 단어다. 작품은 1971년 일어난 F27기 납북 미수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그린다. 하정우는 자신이 느낀 작품의 장점으로 '몰입감과 속도감'을 꼽으며 "체험할 수 있는 영화라서 특수관에서 보면 재미가 배가 될 것 같아요. 극장에서 봐야 하는 최적화된 콘텐츠라고 생각해요"라고 자신했다.
이를 연기한 하정우는 그동안 자주 보여줬던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모두 덜어내고 담백하면서도 묵직하게 인물을 그려냈다. 이번에는 심플하게 준비했다는 그는 "'비행기 안에서 이 인물이 사건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주안점을 뒀어요. 현장감이 중요해서 리허설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하다 보면 허점과 상황에 맞지 않는 대사들이 발견돼서 유난히 리허설을 많이 했죠"라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하정우는 지난해 '비공식 작전'을 시작으로 '보스톤 1947'과 '하이재킹'까지 연이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들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에 그는 "하늘의 뜻인 것 같아요.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선택하기도 했지만 인연이 있던 감독님의 작품이기도 했죠"라며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게 조심스러운데 '하이재킹'은 세 인물을 두 명의 캐릭터로 재구성해서 실존 인물보다 영화적인 인물에 더 가까웠어요. 그래서 연기하는 데 제약이나 의심은 없었죠"라고 덧붙였다.
"'백두산' 때 느꼈던 건데 김성한 감독은 배우의 요청이 없어도 소품이나 의상 등을 되게 디테일하게 신경 쓰더라고요. 당시 조감독 입장에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었는데 감동받았죠. '하이재킹'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놀라운 열정을 보여줬어요. 이후에 제 연출작 '로비'에 지원도 와줬어요. 자신이 감독이 됐는데도 이런 게 스스럼없더라고요."
이어 하정우는 이번 작품에서 자신과 첫 연기 호흡을 맞춘 여진구의 캐스팅 비하인드도 밝혔다. 앞서 두 사람은 티빙 '두발로 티켓팅'에서 세대를 초월한 '케미'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는데 '하이재킹' 캐스팅도 당시에 이뤄졌다고. 여진구가 연기한 용대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20대 초·중반 나이에 비행기를 납치할 수 있는 '똘기'가 있는' 배우를 찾던 중 '두발로 티켓팅' 사전 미팅에 갔던 하정우는 여진구를 보자마자 '얘가 있었구나. 용대는 여진구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단다.
"여진구가 여리여리하고 왕자님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니까 떡대가 장난 아니었어요. 웨이트를 해서 어깨가 벌어지고 몸이 단단했고요. 사전 미팅 때 술을 마셨는데 그때 눈을 보면서 '이 정도면 납치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시나리오가 완벽하지 않았다 보니 실화임에도 불구하고 용대가 비행기를 납치할 때 다른 사람들이 제압하지 못하는 부분이 의문이었어요. 그런데 진구의 눈이면 납득되겠더라고요. 뉴질랜드 출국하는 날 시나리오를 줬고 12일 동안 옆에서 진구를 전담마크 했어요(웃음). 진구가 한국에 도착해서 며칠 안으로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이 가운데 또 한 번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게 된 그는 "'하이재킹'은 잘 되길 바라요"라면서도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한 이유를 잘 알아야 되고 다음 작품에서는 그런 결과를 받지 않기 위해 또 생각해야죠"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데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없잖아요. 어떤 마음과 태도로 영화를 만들고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그 전에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면 못 받는 시기도 있고 그럴 때일수록 기본을 다지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연기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제작비 거품이 빠지고 알토란 같은 작품이 기획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어요.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지만 어떤 것을 고집하고 고수하기보다는 유연하게 잘 대처해 나가야할 것 같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잘 버텨보자'고 생각하는 요즘이죠."
이렇게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한국 영화계를 가장 잘 느끼고 있는 하정우지만 꾸준히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세 번째 장편 연출작 '로비'를 준비하고 있는 그는 "골프장에서 장소를 협찬해 주셨고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서 기적적으로 찍을 수 있던 작품이에요"라며 "편집이 다 끝났어요. 얼마 전에 1차 블라인드 시사회를 했는데 점수가 안 좋더라고요. 그래서 쓸데없는 것들을 줄였고 2차 블라인드 시사를 앞두고 있어요. 아마 내년 초쯤 개봉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앞으로의 행보를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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