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인구 국가비상사태"…저출생 대책 드라이브 시동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3대 분야 역량 집중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조속 추진
저출생 예산 재조정으로 재원 마련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인구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한다"며 저출생 문제 극복을 위한 범국가적 총력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저출생 문제 전담 부처 신설을 조속히 추진하고 육아휴직과 돌봄교육 확대, 주거 부담 완화 등 실질적인 지원책부터 사회적 인식 개선까지 모색하기로 했다. 여야도 저출생 대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어 관련 입법 과제가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지난해 3월에 이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의 3대 핵심 분야에 집중한 저출생 종합 정책을 내놓았다. 지난달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약 한 달만이다.
먼저 앞서 신설 계획을 밝혔던 저출생 문제 컨트롤타워 부처 명칭은 '인구전략기획부'로 확정했다. 저출생 대책은 물론 고령 사회와 이민 정책까지 포함하는 인구 정책을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인구에 관한 중장기 국가발전 전략을 수립하게 된다. 장관을 사회부총리급으로 해 교육, 노동 복지를 비롯한 사회 정책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하고 저출생 예산에 대한 사전심의권, 지자체 사업에 대한 사전협의권을 부여해 예산편성권과 정책결정권을 높였다.
일·가정 양립을 위해 먼저 남녀가 함께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로 했다. 임기 내에 남성과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각각 50%, 80%까지 끌어올리고 육아휴직 급여도 첫 3개월은 현행 월 150만 원에서 최대 월 250만 원으로 대폭 인상할 계획이다. 또 남성의 출산휴가를 10일에서 20일로 늘리는 한편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이 가능한 자녀 연령을 8세에서 12세까지 확대하고, 연 1회 2주 단위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단기 육아휴직제도를 도입한다. 또 사업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육아휴직 근로자 대체인력 지원금으로 월 120만 원을 지원하고, 동료 업무분담 지원금(월 20만 원)을 신설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양육 분야에선 무상 교육·돌봄 대상을 당초 내년 5세에서 임기 내 3~5세까지 확대하고, 2026년까지 전국 모든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늘봄프로그램' 운영 확대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로 했다. 대기업‧지자체 등에 상생형 직장 어린이집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 운영비 지원, 인센티브도 지원한다. 또 자녀 세액 공제를 확대하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가사사용인을 고용해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국내 체류 외국인을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 외에 아동보호시설에 있는 아동을 위해 입양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입양이 어려울 경우에는 가정 위탁을 확대하며 사회 진출시 자립 지원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주거 부담 완화와 관련해선 출산 가구 대상 주택 공급을 12만호 이상으로 확대하고, 신생아 우선공급 비율(민간분양 35%)을 늘리거나 신설한다. 또 신규 출산가구의 경우 특별공급 재당첨 기회를 1회 추가 허용해준다. 신생아특례대출 소득기준은 2억 원에서 2.5억 원으로 3년간 한시적으로 완화(2025년 이후 출산 가구 기준)하고,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소득 요건도 현행 75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완화한다. 자녀 출산시 추가 우대 금리( 0.2%p→0.4%p↓)도 제공한다.
윤 대통령은 3대 핵심 분야 외에도 과도한 경쟁 문화 등 저출생의 사회·문화적 요인 해소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부에서는 자녀가 부채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며 "삶의 가치관, 인식의 전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회의에 참석한 박민 KBS 사장은 내부에 '저출생위기대응방송단'을 출범시켰다며 "드라마·예능을 통해 '출산이 축복이 되고 육아가 행복이 되는 사회'라는 인식을 확산되도록 전사적 역량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번에 발표된 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선 입법 과제 추진이 관건이다. 당장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을 위해선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한시라도 빨리 인구전략기획부가 출범해서 국가 총력 대응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와 관련, 회의에 참석한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의 1순위 과제가 저출생이고 22대 국회 1호 법안도 저출생 대응이었다"며 "당도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등 입법 정책에 적극 나서겠다"고 힘을 실었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도 22대 국회 개원 이후 저출생 위기 극복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입법 추진이 동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정부조직법 논의부터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고,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이날 부총리급 부처인 '인구위기대응부'를 설치하는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출생기본소득 3법을 당론 발의 법안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만 8세 미만 아동에게 지급하는 아동수당 10만 원을 만 18세까지 20만 원으로 확대하는 아동수당법 개정안, 취약계층 아동에게만 실시하던 자산형성지원사업을 모든 아동으로 확장하는 '우리아이 자립펀드법', 우리아이 자립펀드의 비과세 혜택 등을 부여하는 조세특례제한법 등이다. 입법 추진 과정에서 여야 간 치열한 정책 경쟁도 예상된다.
저출생 대책의 재원 마련도 과제다. 회의에 참석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인구위기가 경제·안보위기라고 생각한다"며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예산을 우선적으로 저출생 대응에 활용하겠다"고 했다. 사업설계의 적절성, 전달체계의 합리성, 이행 실적과 성과, 유사·중복 등을 평가해 우선순위가 높은 저출생 대응 분야는 재정 투입을 늘리고 그렇지 않은 부문은 줄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42개 과제의 총예산 47조 원 중 저출생 대응 핵심직결과제에 투입된 예산은 84개인 23조5000억 원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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