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간신열전] [239] 신하 노릇 바로 하기
‘서경’ 대우모(大禹謨)편에 이런 말이 있다.
“임금이 자기가 임금 노릇하는 것을 능히 어렵게 여기고 신하가 자기가 신하 노릇하는 것을 능히 어렵게 여기면 정치는 잘되어 백성들도 그에 감화된다.”
어렵게 여긴다는 것은 사욕을 풀어놓지 않고 공적으로 주어진 과제에 충실한다는 말이다. 총선 전까지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 인사들이 그것을 가볍게 여기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총선 후부터는 야당 대표를 비롯해 주로 야당 인사들이 참으로 그 자리를 가볍게 여기고 마구잡이로 입법의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니 백성들이 감화될 리가 없다.
노나라 임금 정공(定公)이 공자에게 물었다.
“한마디 말로 나라를 흥하게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임금 노릇하기 어렵고 신하 노릇하기 쉽지 않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임금 노릇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아신다면 한마디 말로 나라를 흥하게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정공이 다시 물었다.
“한마디 말로 나라를 망하게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가?”
“사람들이 하는 말 중에 ‘내가 임금 노릇하는 것에는 즐겁지 않지만 오직 내가 말하면 거스르는 이가 없는 것이 즐거움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이 좋아서 거스르는 이가 없다면 정말로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말이 좋지 않은데 거스르는 이가 없다면 한마디 말로 나라를 잃지 않으리라는 것을 장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대략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대패한 이유도 이 공자 말에 담겨 있다. 그 중심에 이철규 의원이 있었다는 것은 주지하는 사실이다. 요즘 다시 나와서 “운동권 출신” 운운하는 그의 편 가르기 발언을 보고 있으니 동이불화(同而不和)가 떠오른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은 군자, 동이불화는 소인이라 했다. 망해가는 나라에는 망하게 만든 신하가 있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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