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의3A.M.] GM을 살린 ‘간결하고 단순한 개혁’
엔지니어 출신 첫 女 CEO의 선택은 정면돌파
미국의 3대 자동차 회사 GM의 뿌리 깊은 관료주의를 풍자한 얘기다. 2009년 프리츠 헨더슨이 GM 최고경영자(CEO)가 되어 이런 조직문화를 고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진행 과정은 위와 똑같았다. 먼저 문화혁신팀을 만들었다. 그리고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조직문화 전문 컨설턴트를 데려왔다. 이후 내내 조직문화 혁신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다 1년이 흘러 헨더슨이 해임됐다. 프로젝트는 공중분해됐다.
금융위기를 맞은 2009년 미국 3대 자동차 회사 GM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77년간 자동차 업계 세계 정상에 있었던 공룡의 몰락이었다. 고비용의 안일한 경영이 누적됐고,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변화를 거부하다 금융위기 쇼크에 무너졌다.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연명하던 GM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쇄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2014년 1월 GM이 새 CEO로 메리 배라를 선택했다. GM뿐 아니라 빅3 자동차 업체의 첫 여성 CEO였다. 배라는 18세에 GM에서 엔지니어링 인턴으로 시작해 생산라인에서 잔뼈가 굵은 GM 사람이다. 그러나 화려한 주목도 잠시 배라가 취임하자마자 10년 묵은 위기가 터졌다. 3주 만에 점화 스위치 결함으로 124명이 사망한 리콜 사태가 터졌다. 취임 첫해 동안 80여차례 총 3000만대를 리콜했다. 수억달러 벌금과 보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그의 1년은 사과와 해명의 연속이었다. 배라는 소비자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청문회장에 쉼 없이 불려갔다.
리콜 사태는 GM의 해묵은 관료주의와 무책임한 조직문화가 키운 인재였다. 내부 조사 보고서는 어떤 제안에도 고개를 끄덕이는 ‘GM 노드(nod)’,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넘기는 ‘GM 설루트(salute)’를 지적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전문가를 쓰고, 보고서를 쓰는 데만 6개월이 넘게 걸리는 비효율이 반복됐다.
배라가 선택한 것은 솔직한 정면 해결이었다. 맞아야 할 매를 맞고 회사의 문제를 직시했다. 배라는 간결하게 생각하고 투명하게 얘기하고 피하지 않고 결단했다. 리콜 사태에 ‘문제해결, 투명성, 고객지원’이라는 단순명료한 3가지 원칙을 세워 처리했다. 문제가 된 직원과 임원은 해고했다. 배라는 훗날 “내가 배운 것은 힘들더라도 옳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라의 사무실에는 이 문구가 붙어 있다. “진정하고 하던 일을 하자(Keep calm and carry on).” 영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자국민들을 향해 만들었던 슬로건이다.
배라는 2009년 글로벌 인사 담당 부사장, 2011년 글로벌 제품개발 담당 부사장을 지낼 때도 ‘가장 어렵고 단순한 개혁’을 관철했다. 인사를 맡았을 때 배라는 GM의 10쪽짜리 복장 규정 매뉴얼을 발견했다. 규칙을 위한 규칙이 너무 많았다. 배라는 10쪽짜리 복장 규정을 없애고 단 두 단어로 만들었다. “적절히 입으세요(Dress appropriately).”
제조도 복잡했다. 배라는 2010년 기준 30개 가까운 자동차 플랫폼을 10년 안에 10개 미만으로 줄이기로 했다. 차량 개발을 감독하는 임원도 3명에서 1명으로 줄였다. 이때도 배라는 엔지니어, 디자이너들에게 한 가지 지시를 내렸다. “형편없는 자동차는 이제 그만 만드세요(No more crappy cars).” 배라는 올해 1월 취임 10년을 맞았다. GM 116년 역사상 두 번째로 임기가 긴 CEO다. 배라가 주는 인사이트는 단순하다. 위기에 대처하는 특별한 솔루션은 없다. 그냥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이인숙 플랫폼9와4분의3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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