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언론사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

신은진 기자 2024. 6. 19.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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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 75회 세계뉴스미디어총회’(WNMC 2024)에 참석한 전세계 각국 언론인들은 ‘AI시대, 언론사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논의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출현과 급속한 발전은 뉴스 산업을 뒷받침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세계 언론사들은 챗GPT를 만든 오픈AI를 상대로 대규모 소송을 제기하는 것부터 챗GPT학습을 위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요약에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까지, 공격적인 전략부터 방어적인 전략까지 다양한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

존 리딩 파이낸셜타임스(FT) CEO(최고경영자)는 WNMC 2024 기조연설에서 “언론사는 AI회사로부터 (콘텐츠에 대한)대가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WAN-IFRA

존 리딩 파이낸셜타임스(FT) CEO(최고경영자)는 WNMC 2024 기조연설에서 “언론사는 AI회사로부터 (콘텐츠에 대한)대가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FT는 지난 4월 영국 언론사로는 처음으로 오픈AI와 계약을 발표했다. 당시 두 기업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계약은 오픈AI가 FT의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해 챗GPT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또 두 기업은 FT 독자들을 위한 새로운 AI 제품과 기능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 기업은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밝히지 않았다.

리딩 CEO는 오픈 AI와의 계약은 FT가 ‘얼리 무버’가 되고 싶었을 뿐만 아니라 AI의 잠재적 사용 사례와 영향력을 이해하고 전반적인 범위를 넓히고자 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수익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독자를 확장하고 AI와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도 중요하다”며 “디지털·모바일 혁명과 마찬가지로, AI혁명 역시 흐름을 막으려는 것은 성공적인 전략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리딩CEO는 또 그런 점에서 지금이 뉴스 미디어 산업에 있어 ‘진정한 결정적 순간’이라고 했다. AI가 주는 기회는 위험만큼이나 크기 때문에 언론사 입장에서는 더 나은 ‘독자 맞춤 서비스’를 통해 수익 모델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FT는 ‘기업 고객을 위한 스마트 브리핑’을 제공하는 AI 기반 Q&A 도구를 출시했다. 또 구글 번역을 사용해 온라인 사이트를 25개 언어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리딩 CEO는 “AI시대가 도래하더라도 AI는 실수를 많이 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는데는 부족하기 때문에 FT와 같이 신뢰할 수 있고 정확한 저널리즘을 가진 언론사가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FT는 고품질 보도와 정확한 조사에 “두 배로 노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리딩 CEO는 최근 영국 하원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DMG 미디어 명예 편집자 피터 라이트가 말한 ‘생성형 AI는 제 꼬리를 먹는 개와 같다’는 경고를 인용했다. 기본적으로 아무런 보상 없이 언론사의 모든 콘텐츠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방식으로 발전한다면, 이같은 모델이 뉴스 콘텐츠를 파괴한다는 것이다. 이는 AI 플랫폼 기업이 콘텐츠 사용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리딩 CEO는 “‘빅 5′ 기술 플랫폼은 올 1분기에 2023년에 비해 30% 증가한 800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며 돈이 부족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또 전 세계 뉴스 미디어의 ‘분기별’이 아닌 ‘연간 수익’이 30억 달러에서 60억 달러 사이인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리딩 CEO는 “규제 당국과 정책 입안자들은 지금 당장 나서서 지적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며 “빅테크 기업은 언론사가 생산한 콘텐츠가 AI모델의 교육에 사용될 때 언론사에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톰 루빈 오픈AI 지적 재산권 및 콘텐츠 책임자(오른쪽)는 WNMC 2024에서 소규모 언론사가 챗GPT와 같은 플랫폼에서 대형 언론사와 동일한 잠재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WAN-IFRA

다른 세션에서는 톰 루빈 오픈AI 지적 재산권 및 콘텐츠 책임자가 연단 위에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지적 재산권 전략 고문이었던 루빈은 소규모 언론사가 챗GPT와 같은 플랫폼에서 대형 언론사와 동일한 잠재적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루빈은 오픈AI와 언론사간의 파트너십 체결에 대해 “대부분 (AI모델)교육에 관한 것이 아니라 뉴스 콘텐츠의 표시와 기술 사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했다. 오픈 AI는 유럽, 아시아 태평양, 라틴 아메리카, 남아시아의 128 언론사를 대상으로 AI 도구 사용법을 교육하기 위해 WAN-IFRA(세계신문협회)와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혔다. 루빈은 “대형 언론사 뿐 아니라 소규모 독립 언론사가 AI기술을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작년에 체결한 계약을 예로 들며, 지역 뉴스룸의 AI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오픈AI가 미국 저널리즘 프로젝트에 500만 달러를 기부한 사실을 언급했다.

루빈은 최근 오픈AI와 언론사간 파트너십 계약이 급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우리가 언론사보다 기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언론사에게 도움이 되는 AI기술을 사용하도록 돕고 안내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언론계의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과거 언론사에서 검색 플랫폼인 구글로 언론사의 광고 수익이 빨려들어갔듯이 오픈AI 플랫폼으로 광고수익이 빨려들어가는 것일 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루빈은 “오픈AI는 광고가 없는 회사이며, 광고를 할 생각도 없다. 이 때문에 언론사와 우리의 기술 플랫폼은 이해관계가 더 잘 조율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또다른 세션에서는 AI학습 과정에서 뉴스 사용료를 놓고 오픈AI와 언론사들간의 갈등이 간접적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오픈 AI의 바룬 셰티 미디어협력 총괄은 ‘AI가 저널리즘과 뉴스 출판 비즈니스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토론’세션에 연사로 등장해 “우리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회사가 아닌 학습하는 기계를 개발하고 있다”며 언론의 적이 아닌 협력자라고 수차례 반복했다. 그러나 언론계 참석자들은 Q&A 시간에 “오픈AI가 챗GPT를 개발하기 위해 사용한 뉴스 콘텐츠에 대해 비용을 얼마나 지불할 것인가”를 집요하게 묻기도 했다.

세계뉴스미디어총회는 세계신문협회(WAN-IFRA) 주최로 전 세계 언론인들이 매년 한곳에 모여 교류하는 행사로, 이번 총회에는 75국에서 1000여명이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김효재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임채청 한국신문협회장 등이 현장을 찾았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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