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고립’ 북·러, 국제사회 입지 강화… 자체 무역·결제 시스템 구축 시도할 듯 [북·러 정상회담]
푸틴 “서방 패권유지 목적 제재 맞설 것”
김정은 “두 나라 진보 훌륭한 궤도 올라”
두만강 국경 다리 건설해 육상 운송 확대
北 ‘외화벌이 노동자’ 파견 러 확대 관측
북핵 개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동병상련 처지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이번 정상회담은 외교적 고립에서 탈출하기 위한 일련의 시도로 풀이할 수 있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꾀하는 ‘다극화 세계’의 중요 파트너이자 어엿한 일원으로 북한을 끌어들이고, 북한도 핵 개발에 따른 ‘왕따’에서 벗어나 국제사회 입지를 강화하겠단 심산이다.
푸틴 대통령은 한·미·일 군사훈련에 대해 “이는 한국 및 일본, 그리고 북한에 적대적인 병력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군사 훈련의 규모와 강도를 크게 높임으로써 지역내 군사 기반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대립적 정책”이라며 “동북아 역내 전체의 안보를 위협할 뿐 아니라 평화와 안정성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했다.
그는 “러시아는 오늘 서명한 조약과 연계해 북한과 군사·기술 협력을 진전시키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무기 거래 등을 포함한 군사 협력에 방점이 찍힌 발언으로 보이지만 경제·무역과 우주, 에너지 등 북한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다수 분야에 대한 협력 강화 가능성도 읽을 수 있다.
이런 의도는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확대 정상회담 명단에서도 감지된다.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6명이 참여한 북한 측에 비해 러시아 측 대표들은 13명으로 인원수가 북한 측의 두 배 이상이고 외교, 군사뿐 아니라 에너지, 교통, 철도, 우주, 보건 등 분야 수장이 참석했다.
이중 양국 무역과 관련해서 푸틴 대통령은 “여전히 숫자가 변변치 않다”면서 “그러나 좋은 성장의 동력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북한과 더 많은 경제 협력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날 조약에 포함된 두만강 국경도로 다리 건설도 이 일환이다. 양국 국경을 가르는 두만강을 자동차로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겠다는 내용으로 해상 운송에 치중했던 거래를 육상으로 넓혀가겠다는 의도다. 수월한 인력 교류를 통해 북한이 대표적 외화벌이 수단인 해외 노동자 파견을 러시아 지역으로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커졌다. 러시아 입장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청년층 이탈이 심각해지면서 노동력 확보가 시급하다. 두만강 자동차 도로 건설을 계기로 북한 노동자 수급을 더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조약에는 과학과 의료, 교육 분야에 대한 협력 강화 내용도 포함됐다. 과학 분야는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의 방러 당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수 있다고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만큼 러시아의 기술 이전이 한층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필웅·조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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