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난국 타개를 위한 몇 가지 제안[기고/이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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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병원장을 맡아 의료 경영을 시작할 때 얘기다.
1999∼2000년 의약분업 사태로 의료계는 큰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의료계도 변해야 한다.
필자는 의료전달 체계가 붕괴되면서 지역의료가 무너진 것도, 현재의 의정 갈등도 모두 잘못된 보건의료 정책의 결과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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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병원장을 맡아 의료 경영을 시작할 때 얘기다. 1999∼2000년 의약분업 사태로 의료계는 큰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결과적으로 의약 분업이 시행되면서 의사와 병원은 약에서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당시 필자는 미국 MD앤더슨병원을 방문하던 시기라 병원장에게 현지 병원 수입구조에 대해 물었다. 병원장은 약에서 전체 수익의 30%가 발생한다고 했다. 제약 처방에 따라 진료 성과가 달라져 의사의 실력도 알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물론 의사와 병원이 제약회사에서 리베이트(뒷돈)를 받는 관행은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해결책이 꼭 의약분업이어야 했을까. 필자의 딸은 미국 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최근 한 시간 강의에 6000달러(약 830만 원)를 받는 강의 의뢰가 들어왔다. 딸이 병원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니 이해당사자인 제약사와의 일정 액수 이상 금전적 거래는 금지돼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딸은 무료 강의를 했다. 이렇게 얼마든 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현재 국내 의료 수준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지만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필자는 느끼고 있다. 올 초 갑작스러운 의대 증원 발표로 의학 교육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후 일부 의사들은 환자 곁을 떠나는 걸 택했다. 의사들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환자 곁을 떠나선 안 된다.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필자는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계속되는 낮은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되는 진료비)와 실손보험의 폐해로 필수의료가 위기에 처해 있다. 실손보험이 아무런 제도적 장치 없이 무작위로 들어와 필수의료를 붕괴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아직까지 실손보험을 어떻게 할지 방향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의사와 병원은 비급여(건강보험 미적용) 진료에 수익을 의존하던 방식을 탈피해 급여(건강보험 적용) 진료에서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과감하게 변해야 한다. 그래야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선 진료 원가를 계산하고 그 원가를 보전해 줘야 한다.
의료계도 변해야 한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대우를 받기 위해선 정부가 교육수련비를 부담하고 전문의 진료를 위한 진료지원(PA) 간호사 제도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 전문의 중심 진료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입원전담 전문의도 필요하다.
특히 현재같이 대형 병원들이 많은 병실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어텐딩 시스템(Attending System)으로 불리는 개방형 병원제도도 필요하다. 이는 개별 의원을 운영하는 전문의들이 환자 입원 치료를 위해 큰 병원들과 계약을 맺고 함께 진료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진료비를 받으면 전문의와 병원이 수익을 나눈다. 개업 전문의들은 환자를 대형 병원에 맡기면서도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만 전문의 인건비가 높지 않아 실제 국내에서 잘 활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다. 해외 여러 국가는 인간 유전체 연구를 마쳤고 유전자 지도도 완성 단계에 와 있다. 모든 진료의 진단과 치료의 패러다임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이제는 개인별 맞춤형 치료의 시대가 열렸다. 이런 엄청난 변환기에 한국의 의료를 살뜰하게 보살펴주는 부서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필자는 의료전달 체계가 붕괴되면서 지역의료가 무너진 것도, 현재의 의정 갈등도 모두 잘못된 보건의료 정책의 결과라고 본다. 결국 중요한 건 의료 정책이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으로 난국을 타개하기를 감히 부탁해 본다.
이종철 서울 강남구보건소장(전 삼성서울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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