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진구 "20살, 은행 업무·버스 노선도 몰랐다…사회성 떨어진다 생각" [유퀴즈](종합)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배우 여진구가 자신의 삶을 바꾸게 된 20살의 경험을 고백했다.
19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난제를 푸는 법' 특집으로 꾸며진 가운데 인생 절반 이상 연기의 길을 걸어온 배우 여진구가 출연했다.
이날 여진구는 아역 여진구를 배우 여진구로 각인시킨 작품, 17살에 만난 영화 '화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시 17살이었던 여진구는 '화이'를 통해 청룡영화상 최연소 신인남우상의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정작 여진구는 '화이'가 청소년관람불가이기에 극장에서 보지 못했다. 여진구는 "미성년자에서 대기실에서 혼자 핫도그 먹으면서 기다렸다. 딱 20살이 돼서 봤다. 기다렸다가 딱 20살 때 봤다"며 회상했다.
여진구는 20살 때 '화이'를 처음 본 소감을 묻자 "그때 실은 내가 개인적으로 힘들 때였다. 한 순간에 좀 바뀌었던 것 같다. 한 1, 2년 만에. '해를 품은 달', '보고 싶다', '화이' 이렇게 연달아 나오면서 스스로 옥죄었던 것 같다"며 "'잘해야 한다', '나는 무조건 칭찬을 들어야 하고 좋은 모습을 항상 보여야 하고' 이런 생각을 했다. 이러다 보니 스스로를 오히려 나를 좀 가뒀던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전에는 그냥 연기하는 게 재밌고 즐겁게만 해왔는데 이젠 어찌 보면 잘 해내야만 하는 프로페셔널한 배우가 돼야 하니까 즐길 수가 없어져서 슬프더라. 무서워지기도 했다. 현장에 나가는 게 항상 즐겁고 행복한 일이었는데 어느덧 해야 할 일들이 잔뜩 있는 공간으로 가야 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그런 고민거리나 시행착오들을 겪다 보니까 그때 했던 작품들이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지 못했다. 스스로 자책하기도 했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이를 들은 유재석은 "시기적으로 사실 청소년기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시기이기도 하고 20살도 정말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책임감과 작품에 캐스팅 됐으니 나의 역할에 하고 싶었던 것 같다"라고 칭찬했다. 여진구는 "위축이 좀 됐던 것 같기도 하다. 많은 분들 앞에서는 웃고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그러고 나서 집에 가면 좀 힘들더라"라고 말했다.
이어진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여진구는 "'화이' 이전의 작품들을 볼수록 내가 지금 봐도 너무 즐겁고 재밌게 고민 없게 연기한다. 그런 순간들이 보이는 거다. '와, 어떻게 하면 저렇게 내가 좀 내려놓을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부러웠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저때 참 순수하게 연기한다' 싶었다. 별 생각도 없어 보이고 나의 장점을 하루빨리 다시 찾아와야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여진구는 인생에서 연기를 빼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고. 이에 대해 여진구는 "10대 때는 현장 갔다가 학교 가는 삶의 반복이었다. 크게 이런 생각을 안 해봤는데 처음으로 연기 외에 정말 온전한 내 시간이 생긴 게 스무 살,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였다"며 "하다못해 학교에 진학을 했는데 등록금을 어떻게 내야 할지 모르겠고 은행 업무나 버스 노선도 잘 모르겠더라. '생각해 보니까 내가 연기만 하고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나 인간관계에서 오히려 좀 멍해지더라. 어떻게 스몰토크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항상 연기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보니까 내가 생각보다 사회성이 되게 떨어지더라. 그래서 '와, 내가 이걸 놓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내 현실을 눈치챘을 때 '아, 나 좀 심각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겨울로 기억한다. 어느덧 문득 '아, 내가 혼자서 그냥 즉흥적으로 기차를 타고 부산을 찍고 와봐야겠다. 삶의 경험을 해봐야겠다' 생각했다. KTX 표를 끊어서 기차를 타고 내려가다가 갑자기 밖에서 눈이 내리더라. 그때 때마침 기차도 멈춰서 중간에 내렸다. 거기서 눈 구경도 하고 '나는 부산까지 티켓을 끊었으니까 다시 타야지' 했는데 알고 보니 한 번 내리면 끝이더라. 그제야 다시 티켓을 구매했다. 서울까지 가는 것도 다시 끊는 일도 있었다. 첫 여행이"라고 회상했다.
이와 함께 여진구는 "'성인이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이제 내 삶은 내가 책임져야 하는 거고, 회피만 해서 안된다고 생각했다. '난 이렇게 살고 싶진 않아'라는 게 어느 순간 자극이 됐던 것 같다. 안전함과 편안함에서 멀어질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며 "(부산에 갈 때도) 무서워서 꽁꽁 싸매고 갔다. 매니저 형이나 가족도 없이 혼자 가는 게 두려워서 꽁꽁 싸매고 갔다가 밖에서 자유롭게 날리는 눈을 보면서 '나 이러려고 나왔는데 왜 이러고 있지'해서 자연스럽게 기차에서 내렸다"라고 전했다.
이어 "눈을 맞고 싶었다. 그러면서 하나씩 내려놨다. 그냥 막 식당에 가서 밥도 먹어보고 어머니가 '우리 가게에 세자가 왔다'라고 엄청 좋아하시고 반찬도 더 주시는 경험도 했다. 그러니까 너무 행복했다. 그 순간이 내게는 삶과 태도를 바꾼 큰 전환점이었다. 진짜 몇 안 되는 나 스르로를 칭찬해 줄 수 있는 결심"이라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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