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새벽 도착·정오 환영식 일정 빡빡…북 “뜨겁게 영접”

권혁철 기자 2024. 6. 1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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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새벽 2시22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용기인 일류신(IL)-96이 평양 순안공항에 내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용기 탑승교 밑에서 기다리다 푸틴 대통령과 악수하고 좌우로 껴안았다.

푸틴 대통령은 확대회담 인사말에서 "1950~53년 (한국전쟁 때) 러시아 비행사들이 많은 협조를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북한이 푸틴 대통령에게 흉상 등 그의 모습을 묘사한 예술 작품 여러 점을 선물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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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웃옷 벗고 김정은과 차량 동승 ‘친밀감’
1시간30분 확대회담 뒤 2시간30분 단독회담
21시간 국빈방문 마치고 베트남으로 떠나
북한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9일 평양시 김일성 광장에서 환영식이 열리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행사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평양/타스 연합뉴스

19일 새벽 2시22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용기인 일류신(IL)-96이 평양 순안공항에 내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용기 탑승교 밑에서 기다리다 푸틴 대통령과 악수하고 좌우로 껴안았다. 조선중앙텔레비전은 김정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뜨겁게 영접”했다고 전했다. 2019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북했을 때 북한 관영 언론들이 “영접했다”고 보도한 것과 견줘 “뜨겁게”란 표현이 추가돼 눈길을 끌었다.

당시 공항에는 김 위원장의 의전을 담당하는 현송월 조선노동당 부부장과 러시아어 통역사 모습만 보이고, 북한 주요 인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공항까지 나와 “따뜻이 맞이”해준 데 대하여 “깊은 사의를 표시”했고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을 숙소(금수산 영빈관)까지 안내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 전용차” 아우루스에 같이 탔다.

푸틴 대통령은 승용차에 타면서 양복 웃옷을 벗어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와 친밀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차량에 동승해 “황홀한 야경으로 아름다운 평양의 거리들을 누비면서 그동안 쌓인 깊은 회포를 풀며 이번 상봉을 기화로 조로(북-러) 관계를 두 나라 인민의 공통된 지향과 의지대로 보다 확실하게 승화시키실 의중을 나누었다”고 북한 관영 언론들이 전했다.

19일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러시아산 최고급 리무진 아우루스 조수석에 태우고 직접 운전하고 있다. 평양/타스 연합뉴스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낮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양국 국기를 흔드는 어린이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평양/로이터 연합뉴스

19일 낮 12시 평양 중심부 김일성광장에서 푸틴 대통령 공식 환영식이 열렸다. 백마를 탄 기마부대, 북한군 의장대와 손에 꽃을 든 평양 주민들이 참석했다. 행사장 건물 벽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사진이 걸렸다. 푸틴 대통령이 차에서 내리자 의장대 사열 등의 환영 행사가 이어졌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낮 12시40분께 환영식을 마친 뒤 회담 장소인 금수산 영빈관으로 이동했다. 평양 시내 도로 양 끝에 러시아 국기 색깔인 파란색, 빨간색, 흰색 옷을 입은 시민들이 늘어서 “조로 친선”, “푸틴 환영”, “친선 단결” 등을 외쳤다.

19일 북-러 평양 정상회담 주요 일정

양 정상은 약 1시간30분 동안 확대회담을 한 뒤 2시간30분가량 단독회담을 이어갔다.

푸틴 대통령은 확대회담 인사말에서 “1950~53년 (한국전쟁 때) 러시아 비행사들이 많은 협조를 했다”고 말했다. 소련은 한국전쟁 때 소련 공군 조종사들이 미그기를 몰고 참전한 사실을 숨겼는데 러시아 정부가 1993년 처음으로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했었다.

이날 확대 정상회담에 북한은 6명, 러시아는 13명이 배석했다. 북한은 ‘경제 사령탑’인 김덕훈 내각총리, ‘김정은의 그림자’로 불리는 조용원 조선노동당 조직비서,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당·정·군 대표가 배석했다. 노동당 수뇌부의 핵심인 정치국 상무위원 5명 가운데 3명(김정은·김덕훈·조용원)이 푸틴 대통령과 마주 앉은 것이다. 여기에 당·정의 외교 책임자인 최선희 외무상과 김성남 당 국제부장, 러시아 담당 외무성 부상(차관)인 임천일이 곁들여졌다. 높은 수준의 협의·합의를 바란다는 신호다.

러시아 배석자는 북쪽의 2배가 넘는 13명이었고, 외교·국방·보건·교통장관, 에너지 부문 부총리, 연방우주공사와 철도공사 사장 등 분야도 훨씬 다양해 전방위적 협력 논의를 짐작하게 했다. 이들 가운데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은 북-러 경제공동위원회 러시아 쪽 위원장이다.

이어진 일대일 회담에서 김 위원장은 “날씨가 안 더우면 밖에서 할 텐데…”라고 말해 야외 행사를 더위 때문에 진행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했다.

회담 뒤 푸틴 대통령은 2차대전 때 일제와 싸우다 숨진 소련군을 기리는 해방탑에 헌화하고, 공연과 국빈 연회에 참석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북한이 푸틴 대통령에게 흉상 등 그의 모습을 묘사한 예술 작품 여러 점을 선물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21시간의 국빈방문을 마치고 다음 국빈방문 국가(19~20일)인 베트남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 통신은 20일 푸틴 대통령이 19일 오전 3시께 평양 공항에서 김 위원장과 만났다가 약 21시간 뒤 배웅을 받았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떠난 시간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20일 0시 무렵 북한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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