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코 꿰인 정치…코인 과세 갈팡질팡
공제 한도 5000만원까지 상향 논의도…시장선 “불확실성 커져”
정부·여당이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같은 시기 도입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도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 시 공제한도를 높이는 방안도 정치권에서 거론된다. 이미 3년여의 유예기간을 거치고도 정부와 정치권이 ‘코인개미’들의 여론을 의식해 유예·개정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과세기반을 흔들고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행법상 금투세가 시행되는 내년 1월1일부터 가상자산 소득에 대한 과세도 시작된다.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이 공제한도인 연 25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연 22%(지방세 포함)의 세율로 과세하는 것이 골자다. 법적으로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가 금융상품이 아닌 만큼 기타소득으로 간주돼 분리과세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부 내용은 다음달 발표될 세법 개정안에 담길 예정이다.
국가별로 세부 기준은 다르지만 미국·영국, 브라질·인도 등에서도 가상자산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고 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원칙을 고려할 때 가상자산 과세 자체가 철회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과세유예 관련 청원인 수가 지난 4월 5만명을 넘기는 등 ‘코인개미’들이 과세에 반대하고 있는 데다 지난 총선 과정에서 과세유예(국민의힘) 및 공제한도 5000만원까지 상향(더불어민주당)이 공약으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코인 투자자 규모는 645만명(중복 포함)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 해외주식·채권 투자로 얻은 소득도 250만원으로 공제한도를 정하고 있는 만큼 가상자산 공제한도를 높일 경우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공제 수준을 높여야 한다면 정부가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만한 이유는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야당 안대로 국내 주식에 준하는 5000만원까지 공제한도를 높일 경우 국내 증시로 갈 자금이 가상자산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역행한다.
금융정보분석원의 ‘2023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인개미 대다수(65%)의 보유액은 50만원 미만이었다. 1000만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코인개미의 비중은 10%(67만명)에 불과했다. 공제한도 상향으로 이득을 보는 것은 소수의 ‘자산가’인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비트코인 등은 우리나라에서만 거래되는 것도 아니고 국제 거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과세가 된다고 해도) ‘큰손’들이 떠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2021년 10월 시작할 예정이던 가상자산 과세가 제도 마련을 명목으로 3년 넘게 연기된 만큼 추가적인 유예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세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량이 부진할 땐 (가상자산) 제도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며 “2~3년 전부터 미리 준비해 (과세) 기준을 확정했으면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 “세법개정안 마련까지 시간이 있어 그때까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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