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제4이통사 좌초… '통신비 인하' 정책도 위기

윤수현 기자 2024. 6. 1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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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자본금 미납 이유로 스테이지엑스 자격 취소 절차 추진
7번의 제4이통사 실패 원인 모두 '자금 조달 계획'… "정부, 성급하게 일 진행"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2월7일 미디어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스테이지엑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추진한 제4이동통신사 선정이 좌초 위기에 몰렸다. 이를 두고 예견된 실패라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 정부가 추진한 7번의 제4이통사 추진이 모두 자금 문제로 좌초됐는데, 정부가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지적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4일 제4이통사 후보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가 법령에서 정한 필요 사항을 이행하지 않아 후보 자격 취소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테이지엑스는 자본금 2050억 원을 지난달 7일까지 납부해야 했는데, 이 기간에 자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은 선정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의 자본금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인프라 투자 등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청문 절차는 25일 진행된다.

제4이통사 좌초는 예상된 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스테이지엑스 자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전부터 나왔다. 신한투자증권·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야놀자·NH투자증권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의 확보 자금은 8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됐는데, 통신3사와 경쟁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또 스테이지엑스 주축이 된 스테이지파이브의 2022년 영업손실은 55억 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657억 원으로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 관계자는 “제4이통사가 무산된다면 이번이 8번째인데, 그동안 자금 조달 계획이 문제가 됐다”며 “정부가 세밀한 계획을 세워서 일을 진행했어야 하는데, 성급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통신비 인하를 목표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제4통신사 허가 심사를 7차례 진행했고, 모두 사업자의 재정적·기술적 문제로 무산됐다. 심사 때마다 △주요 주주 재무 상태 △자금 조달 계획 불확실성 등 재정적 문제가 거론됐는데, 정부는 올해 '재정 능력'을 심사 항목에서 제외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지난 14일 성명에서 “제4이통사를 설립하여 운영할 재정 능력이 전혀 없는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이 거대 통신사들보다 2.06배나 많은 금액을 제시해 낙찰받은 당시부터 문제가 있음에도, 과기부는 이를 철저하게 검증하지 못했다”며 “낙찰 금액만을 보고 사업 능력이나 재정 능력, 이행 능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최종결정한 과기부의 책임이 더 크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스테이지파이브 홈페이지 갈무리.

제4이통사를 통해 통신비를 인하하겠다는 과기정통부 정책목표도 위기를 맞게 됐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1월 '통신비 부담 완화 방안' 보도자료에서 “통신시장에서 요금·마케팅·품질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새로운 사업자 진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통화에서 “스테이지엑스는 제4이통사 후보로 선정됐을 때 B2B(기업 간 거래)를 중심으로 서비스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통신비 인하와는 관련이 없었다”며 “정부는 계속해서 '통신비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는데, 번지수를 잘못 찾은 정책 홍보였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통신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경쟁을 통한 통신비 인하는 어렵다”며 “통신사가 이용자들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지난해 11월 기준 27.4GB)을 맞춘 2만~3만 원대 보편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비 인하를 위해선) 제4이통사 지원보다는 알뜰폰 정책을 지원하는 게 맞다”며 “알뜰폰이 시장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더 필요하다. 제4이통사 논의가 나오면서 정책 혼선이 왔다”고 밝혔다. 알뜰폰은 통신3사의 통신망을 빌려 무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말한다. 통신 품질은 기존 통신사와 동일하지만, 통신비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 12명은 18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업자 선정 실패가 명백한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며 “제4이통사가 계획대로 출범한 뒤에 사업이 실패한 것보다는 피해가 덜한 걸 위안으로 삼아야 할 지경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왜 그토록 무리하게 제4이통사 선정을 밀어붙였는지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스테이지엑스가 낙찰받은 28GHz 주파수 역시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28GHz 주파수는 통신3사가 사용하는 대역(3.5GHz)보다 속도는 빠르지만, 주파수가 먼 곳까지 도달하기 힘들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기지국을 많이 지어야 하는데, 이는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변재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인프라가 없는데 무슨 제4이통사인가”라며 “28GHz 주파수는 B2C로 쓰긴 어렵다는 견해가 많았음에도 밀어붙였다.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비즈니스모델이 가능한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5월7일까지 자본금 2050억 원을 납입해야 한다는 과기정통부 입장은) 법령상 근거가 없다”며 “자본금 완납 시점은 주파수 할당 이후다. 절차에 따라 경매 낙찰을 통해 자격을 획득한 사업자에게 사후적으로 자본금 요건을 문제 삼는 건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제 시절의 절차와 관행을 따른 것으로 등록제로 변경된 현시점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스테이지엑스는 “청문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필요한 법적, 행정적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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