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공격 받으면 상호 지원' 체결…김정은 "동맹 관계 격상"(종합)

푸틴 "북한과 군사 기술 협력 진전 배제 안해…대북제재 재검토해야"
김정은 "러시아, 가장 정직한 친구이자 동맹국"

19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회담 후 서명식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4.06.19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과 러시아가 19일 한쪽이 침략당할 시 상호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사실상 양국 관계가 동맹 수준으로 격상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의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면서다.

러시아는 또한 국제 사회의 대북제재를 비판하고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 북한과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북한의 무력 강화에 대해서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김 총비서와의 회담 후 가진 언론 발표에서 "오늘 체결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은 무엇보다도 협정 당사국 중 한 나라가 공격을 받았을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지원 방식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군사 지원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번 양국 간 협정을 두고 이에 북한이 지난 1961년 소련과 맺은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과 버금가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양국은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당하면 다른 한쪽은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하기로 했으나 소련이 붕괴되면서 해당 조약도 파기됐다.

푸틴 대통령은 "오늘 합의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따라 북한과 군사 기술 협력을 진전시키는 것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의 무기거래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철회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서방 국가들이 반복적으로 재생산하는 진부한 선전은 더 이상 동북아시아 지역 등에서 그들의 공격적인 지정학적 계획을 은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방 국가들이 정치, 경제 등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제재를 가하는 방식에 계속 반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그동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임기 연장에 반대하는 등 중국과 함께 계속해서 대북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해 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에 북한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것에 대해 "양국 관계를 새로운 질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양국의 열망을 반영한 획기적인 문서"라며 "안보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무역, 투자, 문화 및 인도주의 분야에도 적용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회담은 러시아와 북한 간의 우호와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역내 안보를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총비서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로 새롭고 높은 수준의 동맹으로 격상되었다"며 "러시아는 가장 정직한 친구이자 동맹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협정은 양국 국민의 기본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건설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며 평화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이라며 "다극 세계를 건설하고 국제 무대에서 변화된 양국 위상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미군사훈련 등에 대해서도 "동북아 지역에 군사 기반시설을 확충하려는 미국의 정책과 한국, 일본 등이 참가하는 각종 군사훈련의 규모와 강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고 동북아 지역 모든 국가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정세 악화의 원인이 북한 탓이 아니다"라며 "북한은 국방력 강화 및 자주권 수호 조치를 취할 권리 있다"고 말해 북한의 핵 무력 강화 및 무력 도발을 옹호하기도 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번 회담을 통해 교육, 관광, 보건 의료 등에 대해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관광 부문에선 "여름철 북한 해변 휴양지와 관련한 단체 관광객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모스크바에 열릴 다음 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yellowapoll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