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도대체 왜 잡아 갔나”…초대형 교도소의 그림자
[앵커]
엘살바도르의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채택해서 유명한데요.
엘살바도르 내부에서는 갱단과의 전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초대형 교도소에 갱단원들을 이송하는 모습이 공개됐는데, 억울하게 잡혀간 사람들도 많다고 합니다.
월드이슈에서 홍희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부켈레 대통령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채 안 됐는데, 갱단원들에 대한 강경한 입장은 더 강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기자]
엘살바도르 대통령실은 현지 시간으로 지난 11일 교도소에 있던 2천 명 이상의 갱단원을 초대형교도소인 이른바 세코트에 가뒀다고 SNS를 통해 밝혔습니다.
범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이송 과정을 담은 동영상도 공개했는데요.
공개된 영상에는 반바지만 입고 손을 머리에 올린 채 빼곡하게 포개져 앉아 있는 수감자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지시에 따라 허리를 굽힌 채 빠르게 뛰어서 자리에 앉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주변에는 무장한 군인과 경찰들이 이들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최대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초대형 교도소 세코트는 여의도 면적의 절반이 넘는 규모로 외딴 지역에 지어졌는데요.
이곳에 수용되면 가족 면회도 금지된다고 합니다.
유엔 고문방지 소위원회의 미겔 사레 전 위원은 아직까지 세코트에서 석방된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서, 공식적으로 사형을 선고하지 않고 사람들을 구금하는데 이용되는 것 같다고 BBC에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엘살바도르 정부는 공권력 강화를 위해 이런 영상 공개를 자주 해왔는데 만족하는 주민들도 많다면서요?
[기자]
부켈레 대통령은 8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이유에는 갱단을 소탕하겠다는 강력한 정책도 큰 몫을 하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실제로 범죄율도 줄었다고 합니다.
[마리아 헤르난데즈/엘살바도르 주민 : "이제는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요. 전에는 여기 나오기도 무서웠어요. 밖에 나왔다가 죽어 있는 사람을 보면 진짜 힘들었거든요."]
마을 전체가 갱단의 통제를 받을 때는 거리를 다닐 수도 없었고, 갱단들의 협박과 갈취는 물론 수시로 갱단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하는데요.
부켈레 대통령이 갱단과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공권력이 미치지 않는 외딴 시골에까지 수천 명의 군인과 경찰들을 보내 갱단을 몰아냈습니다.
또, 다수의 살인을 저지른 갱단원에게 6백 년이 넘는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강도 높은 갱단과의 전쟁을 추진한 결과 엘살바도르의 살인율은 2015년 인구 10만 명당 105건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2건 정도로 크게 떨어졌습니다.
[앵커]
억울하게 잡혀간 사람들도 많은 것 같은데, 무고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인권 단체들도 비난하고 나섰어요?
[기자]
엘살바도르 정부가 범죄자를 찾아 체포하는 과정에서 거동이 수상하다거나, 진짜인지 확인할 수 없는 제보를 받았다는 이유로 무고한 시민들이 구금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유도 모른 채 잡혀간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요.
[리제테 마드리아가/엘살바도르 주민 : "아들이 풀려났을 때 제게 "엄마, 난 나쁜 사람이 아닌데 왜 나를 잡아갔을까?"라고 말했어요. 아들은 그 일 이후로 여전히 트라우마를 겪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억울한 사람들의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억울하게 잡혀간 사람들을 풀어달라며 검찰총장실 밖에 모여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이들은 보복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수용된 가족의 사진을 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루이자 헤르난데스/엘살바도르 주민 : "제 딸은 2년 동안 미국에 가서 열심히 일한 사람입니다. 도대체 언제 제 딸이 이 나라에서 범죄를 저지를 시간이 있었다는 말입니까?"]
엘살바도르는 지난 2022년부터 2년 넘게 국가비상사태 기간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인권단체들은 교도소에서 숨져가고 있는 사람들의 명단과 사망 원인을 알려달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국제앰네스티는 엘살바도르의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갱단 폭력이 국가 폭력으로 점진적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빈곤층에 불공정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앵커]
다른 남미국가들도 갱단들의 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요.
엘살바도르의 초대형 감옥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죠?
[기자]
온두라스도 갱단을 물리치기 위해 엘살바도르처럼 초대형 교도소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2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교도소를 짓겠다고 온두라스 대통령이 직접 밝혔는데요.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은 생중계된 연설에서 초대형 교도소 건립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온두라스는 카리브해 섬 지역에 2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또 다른 교도소 건설 입찰도 곧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아르헨티나의 치안 담당 장관도 세코트를 방문했는데요.
아르헨티나 역시 교도소 건립을 검토하고 있는데 엘살바도르의 초대형 교도소를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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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희정 기자 (hj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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