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회담] 전문가 "김정은은 '동맹' 과시…푸틴은 '자율성'에 초점"

"푸틴 발언, '자동 군사개입'으로 보기 어려워" 의견 많아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오수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한 포괄적 전략동반자 협정에 대해 내놓은 발언에는 다소 온도차가 느껴진다.

김정은 위원장은 "동맹관계"라고 선언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동맹"이라는 표현은 없이 "침략 당할시 상호지원"이라고만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동맹관계'는 자동 군사개입을 포함하는데,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그런 내용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봤다.

이태림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가 우려했던 것은 자동개입 조항인데 (푸틴 대통령의) 상호지원 발언은 해석의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면서 "양측의 기대를 조절하는데 러시아가 고심할 것이라 봤는데 역시나 회견에서 두 정상의 관계 규정이 다소 다르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 입장에서는 이 기회에 동맹적 성격으로 강하게 그립을 쥐겠다는 욕심이 있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지금 나온 것은) 자동 군사개입과는 질적으로 다른 개념"이라고 짚었다.

나아가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러시아가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군사적 지원에 소극적임을 시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침략당할시 군사지원'이라는 표현의 범위 안에 핵기술 제공이 있겠느나"고 반문하며 "지금 당장은 그 정도 수준까지는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처럼 북러 간 발언 수위가 다른 데 대해 북한은 국내 정치적 필요성을 고려한 반면, 러시아는 미국·서방에 대한 레버리지를 유지하면서 자율성을 확보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태림 교수는 "김정은은 발언 하나하나가 대내외적 메시지이기도 하니 러시아와 관계의 수위를 맥시멈으로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고, 그에 반해 푸틴 대통령은 최대한 자신의 전략적 자율성을 남겨뒀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홍민 연구위원도 "김정은은 동맹관계 수준을 과시해 (대내외에) 어필하려는 욕구가 있고, 푸틴은 북한의 안정적인 (무기) 공급을 위해 관계 설정을 이 정도로 멈춰놓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러가 각 분야에서 협력의 폭을 넓히는 것은 막기 어려우리라면서 원칙을 지키며 차분하게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차두현 위원은 "지금 북러가 가장 바라는 것이 우리가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침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림 교수도 "(러시아를 향해) 동의할 수 없는 것은 반대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한다는 지금의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차분하게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apyry@yna.co.kr,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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