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군사기술 협력 배제 안 해” 김정은 “더 높은 수준 동맹”
냉전 이후 양국 ‘가장 높은 수위’의 군사협력 제도화
“새 조약, 평화적·방어적”…미 위협을 명분 삼아 밀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체결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의 핵심은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하기로 한 조항이다. 냉전 종식 이후 체결된 양국 간 조약·공동선언 중 가장 높은 수위의 군사협력을 제도화했다. 김 위원장은 북·러관계가 “동맹”으로 격상됐다고 했고, 푸틴 대통령은 군사기술 거래 협력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한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언론발표에 나섰다. 두 정상의 발표는 이례적으로 생중계됐다. 양국 밀착을 과시하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조약의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조약은 양국 중 한 곳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면서 “북한과의 획기적인 조약으로 양국 관계는 새로운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두 나라는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강력한 조약” “위대한 조·로 동맹 관계” 등의 표현을 동원했다. 다만 러시아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동맹보다는 낮은 단계로 본다.
이날 체결된 조약은 2000년 북·러 공동선언(평양선언)에서 군사협력 수위를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평양선언에서는 “(양국에 대한) 침략 위험이 조성되거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황이 조성”되면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못 박으면서 접촉에서 ‘지원’으로 수준을 높였다.
앞서 냉전기인 1961년 소련과 북한이 체결한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에는 무력침공 등이 발생하면 서로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 등을 제공하는 이른바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담겼다. 이 조약은 소련 해체 뒤 1996년 폐기됐다. 2000년 2월 조·러 친선·선린 및 협조에 관한 조약(북·러 신조약)부터는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이 담기지 않았다. 이날 조약에도 자동 군사 개입 조항은 빠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러가 국제사회를 의식해 군사 개입까지 논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양국은 국제사회 제재 자체를 무력화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는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북한과 군사기술 협력 진전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서방 세계와 대척점에 서 있는 현재의 국제정세가 이번 조약에도 한껏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장에 공공연하게 무기를 지원하고 나아가 병력을 파견할 가능성이 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북·러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 아래 이번 조약이 “본질적으로 방어적인 성격”이라고 했다. 2000년 평양선언에 담겼던 남북 통일 관련 조항은 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양선언은 6·15 남북 공동선언 정신을 계승했다.
유새슬·곽희양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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