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휴가 코앞인데…대한항공 '일정 변경' 일방 통보
<앵커>
대한항공이 요즘 유럽 주요 노선의 운항 횟수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리 예약했던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비행 일정이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고 있습니다.
노동규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오는 9월 유럽 신혼여행을 앞둔 30대 직장인 정 모 씨는 최근 항공편 일정이 바뀌었다는 대한항공 연락을 받았습니다.
일요일에 떠나는 이탈리아 로마행 티켓을 예약해 놨는데, 대한항공이 일방적으로 출발일을 하루 미룬 겁니다.
유럽 주요 노선 이착륙 횟수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대한항공 상담 통화 중 : 저희가 이제 기업결합 준비를 하다 보니… 유럽 쪽에서 경쟁당국에서 제시한 시정조치안 시행 때문에 저희도 어쩔 수 없이 변경이 되긴 했습니다]
결혼식 등 일정 때문에 곤란하다고 하자, 출발일을 유지하려면 대한항공 마일리지 적립 없는 아시아나항공을 타거나, 다른 나라를 경유하는 외국 여객기를 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 모 씨/예약 변경 피해자 : 숙소부터 시작해서 기차랑 다 예약을 해놓고 심지어 스냅촬영도 다 예약을 해놨었거든요. 모든 일정이 하루씩 밀리거나 아니면 첫날 일정을 다 날려버려야 하는 거잖아요.]
대한항공은 지난 2월 유럽연합의 독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파리 로마 등 유럽 주요 노선 4곳 이착륙권 일부를 저가항공 티웨이에 넘기는 등 조건을 붙여 아시아나 합병 승인을 얻었습니다.
이 때문에 주 7회 운항하던 로마 노선을 당장 8월부터 주 3회 줄였고, 부랴부랴 승객들의 예약 일정을 변경 중인 겁니다.
로마 노선의 경우 이런 불편을 겪는 승객이 한 주에 1천여 명가량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는 9월부터는 주 4회 바르셀로나 운항도 취소될 예정인데, 아직 공지도 하지 않았습니다.
미리 알게 된 일부 승객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입니다.
[김 모 씨/예약 변경 피해자 : (티웨이 유럽 취항) 기사를 봤고 확인차 (대한항공에) 문의를 하게 됐었는데 (바르셀로나 예약) 취소 예정이라고 답변이 왔어요. 이걸 소비자가 직접 물어봐야 안내를 해준다는 거에 대해서 화가 났어요.]
일부 여행사 등을 통해 항공권을 예약한 승객들 사이에서도 혼선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행업계 관계자 : 항공사 정책이 그렇게 정해져 와서, 저희가 취소를 해 드리고 만일 변경을 원하시면 대체 항공권을 안내해 드리고 있고요.]
대한항공 측은 "승객 불편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며 "보상 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상편집 : 이상민, 디자인 : 서동민, VJ : 김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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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노동규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예약변경 일방 통보 왜?
[노동규 기자 : 유럽연합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한 건 지난 2월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유럽 편 항공권은 약 1년 전에도 예약을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정작 대한항공으로서는 기업 결합의 중요한 고비가 될 거라고 보고 유럽당국의 승인 결정에 목을 매 놓고는 자신들의 승객은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이런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게 정부의 명령이나 지시에 의한 일정 변경이라면서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처음에 했었는데 저희 취재가 시작된 뒤에는 일정 변경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승객들의 비용에 대해서는 일부 보상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이렇게 지금 말을 하고 있고요. 국토교통부도 이게 지금 문제라고 인지를 하고 대한항공 측에다 승객 불편이 없도록 하여라, 이렇게 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Q. '독과점' 우려 있었는데?
[노동규 기자 : 독과점으로 운임은 오르는데 서비스 질은 떨어지는 것 아니냐, 그리고 각국 당국의 승인 결정 과정에서 노선이 사라지는 그것은 아니냐, 내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안전한 거냐, 인정되는 거냐 이런 부분들이 소비자들이 염려했던 지점인데 대한항공 측은 일단 아시아나와 합병으로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지고 편익이 올라갈 거다, 이렇게 공언해 왔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오늘 보도했듯이 이 점은 앞으로 좀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무엇보다 미국 당국의 승인 결정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유럽에서처럼 노선을 양보하다 보면 오늘 저희가 보도한 일과 같은 일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을 거다 이런 보장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Q. 유럽 노선 넘겨받은 저가항공은?
[노동규 기자 : 그렇습니다. 저가 항공사 티웨이가 최근에 유럽 취항을 시작했습니다. 항공사만 놓고 보면 선택폭이 넓어진 건 사실이죠. 그런데 티웨이를 보면 지난해 저가 항공사 가운데 사고가 가장 많았습니다. 8건 있었고요. 최근에 오사카행 11시간 지연 사태에서 보셨듯이 운항 능력에 대한 어떤 근본적인 지금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전과 서비스 질 향상에 대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노동규 기자 laborsta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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