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돌려달라”…울음바다 된 ‘얼차려 사망’ 훈련병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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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가서 9일 만에 아들이 죽었어요. 저를 씩씩하게 업었는데. 아들만 돌려주면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얘 좀 돌려주세요."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숨진 박아무개 훈련병의 부모가 서울 용산구에 차려진 아들의 분향소를 찾았다.
박 훈련병과 비슷한 나이대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분향소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박 훈련병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 전, 군에서 아들을 잃었다는 유가족도 분향소를 찾아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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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특보에도 추모…“숨진 훈련병과 또래, 남일 같지 않아”
(시사저널=정윤경 기자)
"군대 가서 9일 만에 아들이 죽었어요. 저를 씩씩하게 업었는데…. 아들만 돌려주면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얘 좀 돌려주세요."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숨진 박아무개 훈련병의 부모가 서울 용산구에 차려진 아들의 분향소를 찾았다. 유가족은 박 훈련병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생때같은 자식을 보내고 가족이 어떻게 살아가겠느냐"며 눈물을 흘렸다. 폭염특보가 내려질 정도로 무더웠지만, 500여 명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박 훈련병의 넋을 기렸다.
19일 군인권센터가 마련한 '육군 12사단 박 훈련병 시민 추모 분향소'에는 오전부터 애도의 물결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서울 낮 기온은 35.6도까지 올라 올해 처음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박 훈련병에게 추모 메시지를 남기는 김아무개(22·남)씨 어깨에도 선크림과 땀이 뒤섞여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전역한 지 1년이 채 안 됐다는 그는 "숨진 훈련병과 또래라 남일 같지 않았다"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분향소에는 군 복무 중이거나 전역한 지 얼마 안 된 20대 남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밤새 돼지 발골 작업을 하다 왔다는 김아무개(23·남)씨는 "아직까지 군대에서 사망 사건이 벌어진다는 사실에 너무나도 화가 나 일이 끝나자마자 뛰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훈련병과 비슷한 나이대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분향소에서 눈시울을 붉혔다. 김아무개(60·여)씨는 "아들 가진 엄마들 가슴에 못 박는 짓을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면서 "어떻게 낳고 키운 자식인데, 이런 식이면 부모가 국가를 믿고 애들을 보낼 수 있겠느냐"고 눈물을 훔쳤다.
김씨는 "훨훨 날아 고통 없이 지내길"이라는 추모의 메시지를 박 훈련병에게 남겼다.
박 훈련병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 전, 군에서 아들을 잃었다는 유가족도 분향소를 찾아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추모식에 참석한 국회의원을 붙들고 "언제까지 자식을 떠나보낸 부모들이 죄인처럼 살아야 하느냐"라며 "명확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아이에 대한 명예 회복이 정치인의 최소한 책무가 아니겠느냐"고 호소했다.
충남 예산에서 왔다는 이승석(59·남)씨는 "해병대 채 상병의 죽음이 아직 생생한데 핏덩이 같은 훈련병이 또 사망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군기훈련을 실시한 중대장을 형법상 살인죄와 직무유기죄, 군형법상 가혹행위죄로 고발한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장도 분향소를 찾았다. 최 전 회장은 "고문에 준하는 가혹 행위로 20대 꽃다운 청년이 사망했다"며 "군에 대한 신뢰 문제와도 직결돼 있어 (중대장을)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훈련병 모친의 친구인 전숙 시인이 쓴 추모 헌시도 전시돼 있었다. '별이 된 ○○이에게'라는 제목의 시에는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게 피어나 별처럼 빛나는 ○○아. 마침내 몸을 일으켜 대한민국의 희망초가 된 너를 영원히 기억할게"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날은 숨진 훈련병의 수료식이 예정돼있던 날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오늘 신병교육대에서 251명이 수료해야 했으나 박 훈련병이 빠졌다"며 "건강하게 자식을 군대에 보내놓고 수료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부모님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춘천지방검찰청은 이날 업무상 과실치사 및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중위)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훈련병을 대상으로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을 실시하고, 사고 예방을 위한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사망케 했다는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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