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를]나의 데이터가 너를 부를 때
애플이 AI를 ‘애플 인텔리전스’로 재정의했다. 하반기 나올 아이폰에 오픈AI를 비롯한 다양한 AI 모델을 녹여 넣어, 기존의 인공지능을 넘어선 애플 기기와 사용자를 완벽하게 연결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보이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은 벌써부터 열광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주가에 곧장 반영됐다.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우리의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아 담고 있는 걸 모두가 이젠 받아들이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유한 개인 데이터의 가치는 AI와 맞물리며 더욱 높아질 것이다. 오죽하면 일론 머스크도 직접 스마트폰을 만들 거란 뉘앙스를 흘리겠는가.
개인화, 맞춤형이 AI 제품들의 주요 키워드인 상황에서, 아이폰에 들어가는 AI, AI가 들어간 아이폰은 엄청난 앱 생태계를 구축하리라 전망한다. 더구나 애플이 지난 몇년간 열심히 광고에 실어 나른 개인정보보호 이미지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일단 데이터 유출 우려도 불식시키고 있다. 사용자들은 기꺼이 자신의 정보를 아이폰 내부에서 뛰어놀도록 만들 것이다. 애플과 스타트업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애플은 다른 서비스들과 달리, 데이터를 수집하는 지점에 대해 그리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관건은 “데이터 가지고 뭐 할래?”란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이건 애플도, 다른 서비스들도 똑같이 고민하는 지점이다. 많은 경우, 제일 먼저 헬스케어와 콘텐츠 추천을 이야기한다. 개인 데이터가 작동했을 때 맞춤형으로 만족도를 꽤 높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섹터다. 우울감이 올 즈음, 빠르게 도파민을 불어넣는 콘텐츠를 제공해줄 수도 있고, 혹은 챗봇이 갑자기 말을 걸 수도 있다.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내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느끼기에도 “아, 이건 정말 돈 낸 값 한다”고 육성으로 내뱉을 만한 서비스가 분명히 고안될 거다.
기대에 비해, 시장은 여전히 기술 중심으로 몰입하고, 데이터 그 자체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리고 이전에 이미 상용화된 기능을 고스란히 자동화하는 것에만 너무 신경을 쓰고 있다! 아니다. 기존에 정신과 전문의가 하던 일을 그대로 옮겨가는 것 말고, 수화기 너머 전화 상담사가 하던 것 그대로 AI 음성으로 하는 것 말고. AI 기술을 썼기 때문에 그전에는 경험할 수 없던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실어 나를 아이디어는 없을까? 마치 스마트폰이 단순히 메모장과 카메라만 대체한 것이 아니라, GPS 기능과 모바일 인터넷을 결합한 덕에 우버(Uber)가 나오고, 실시간 현장을 중계하는 트위터가 나온 것처럼 말이다.
분명히, AI 기술을 둘러싼 저변을 섞고 보면 이전엔 상상도 못했던 서비스들이 줄줄이 쏟아지리라 기대한다. AI는 문맥을 기똥차게 잘 읽는다. 아이폰은 개인 데이터를 누구보다 잘 수집할 수 있고, 어떠한 요철도 밟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AI 기반 기능을 전달할 수 있다. 안색이 별로 안 좋다며 집밥 한 상 차려주고, 외로울 때쯤 안부를 물어주는 촉이 참 좋은 주변 사람들이 있지 않나. 내가 약해진 틈을 타고 훅 들어와 세상 살맛 나게 만들어 주는 서비스들도 충분히 구현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 연구진이 말하는 ‘예상 못했는데 유독 인기가 많은 기능’ 중 하나인 ‘1년 전 오늘’의 사진을 쓸어 넘기며 여름휴가 계획에 골몰해본다.
유재연 옐로우독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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