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과 요리 '달콤한 결합' [책이 된 웹소설 :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김상훈 기자 2024. 6. 1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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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무협 세계 주방으로 간
현대인의 짜장면 레시피
요리하는 주인공은 무협 세계에서 애환을 겪으며 성장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무협 소설에서 식사와 숙박을 제공하는 객잔은 반드시 등장한다. 종업원을 부르며 식사와 술을 시키는 대사인 "점소이, 소면과 죽엽청 하나 내오게"는 무협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말이 됐다.

타지에서 온 등장인물이 객잔에서 시비가 붙고 칼싸움이 벌어지는 모습도 무협에선 일상이다. 평범해서인지 객잔과 점소이는 무협 속에서 조연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들에게 주목하는 작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객잔 주인이나 점소이를 주인공으로 둬 애환을 다루는 식이다.

에르훗 작가의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는 요리인 주인공을 통해 무협 속 요리와 조연의 삶을 보여준다. 이 과정을 유머러스하게 다뤄 많은 호응을 받았다.

작품은 현대 한국인이었던 주인공이 중국 송나라풍 무협 세계로 넘어가며 시작한다. 주인공은 중국 요리를 배우러 길을 떠났다가 목숨을 잃고 '류청운'의 몸에서 깨어난 상황이다. 그는 요리를 통한 중원 제패를 꿈꾸며 객잔을 운영한다. 개업 첫날 무림인들이 객잔에서 칼부림을 벌이며 익숙한 장면이 재현된다. 다른 작품과 달리 주인공이 난장판의 피해자라는 것은 쓴웃음을 자아낸다.

작품을 끌고 가는 키워드는 '요리'와 '꽌시關係'다. 작품은 주인공의 각종 요리 지식을 통해 한국식 중화요리가 송나라 시절 객잔에 재창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독자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무협 속 요리 상식을 바꾸기도 한다.

우리가 무협지에서 많이 보았던, '여기 소면 한 그릇 내오시게' 하는 그 소면素麪은 무림세계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요리다. 아니 존재하긴 한다. 우리가 아는 그 소면이 아니라서 그렇지. (중략) 중국에서 소면素麪이라고 칭하는 것은 밀가루 반죽을 막대에 감아 기름을 발라 길게 늘어트려 만드는 것을 말한다.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 중

작품 초반 우리에게 익숙한 짜장면은 작장면灼醬麵으로 재현돼 무림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짜장면은 중국 작장면이 현지화한 요리지만 두 요리의 맛은 크게 다르다. 특히 캐러멜 소스가 들어간 춘장 없이는 짜장면의 맛을 내기 어렵다.

주인공은 짜장면의 맛을 재현하고자 다시마와 표고버섯으로 중국식 된장인 천면장甛麵醬을 만들어 풍미를 확보하고 원당을 넣어 단맛을 더했다. 이렇게 한국식 중화요리가 재현되거나 중국요리에 한국식 맛이 가미되는 등 무협과 요리를 절묘하게 융합한다.

[사진=문피아 제공]

또 다른 재미 포인트는 꽌시다. 시는 중국 문화에서 '나'를 중심으로 하는 인간관계를 의미한다. 자신과 꽌시가 있는 사람은 친형제나 가족처럼 대하지만, 꽌시 밖에 있는 사람은 냉대한다.

작품은 꽌시로 인해 울고 웃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린다. 처음 무협 세계에 떨어져 무공을 배우고자 했던 주인공은 꽌시가 없어 꿈을 접는다. 반대로 작중 유명 집단인 제갈세가와 꽌시가 생긴 이후에는 온갖 혜택을 받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제갈세가와 당가, 개방 등 여러 무림 세력과 꽌시를 형성해 자신의 입지를 다져 나간다. 작품이 묘사하는 시 문화는 다른 무협에서 보기 드물었기 때문인지 독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짜장 한 그릇에 제갈세가 데릴사위」는 무협과 요리를 결합해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주인공 류청운이 요리와 꽌시를 통해 무림에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은 흥미롭고 유머러스하다. 특히 각종 요리 묘사는 독자에게 "짜장면 한 그릇 시켜먹을까"를 고민하게 만든다. 무협을 읽지 않았어도 요리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큰 즐거움을 줄 것이다.

김상훈 더스쿠프 문학전문기자
ksh@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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