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역쇠퇴 극복을 위한 지역정치

기자 2024. 6. 1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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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쇠퇴와 관련된 여러 말이 있다. 노인과 바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세간에 퍼져 있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지역거점대학이 학생 1인당 교육비와 연구·개발(R&D) 역량이 서울 중상위권 대학보다 훨씬 더 상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입시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최근 10여년 동안 더 가속해왔다는 점이다. ‘균형발전특별회계’나 ‘자치분권위원회’ 활동 등 정부의 가용 자원을 적지 않게 투자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지역쇠퇴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단극체제에서 나온 결과이다. 단극체제하의 중앙집중과 지방 특성화가 한때는 효과를 발휘하여 고속성장을 이루는 데 기여했지만 시대는 변했다. 선진국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인구가 수도에 집중해 있고 이제 그 부작용이 다방면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인구절벽, 지역소멸 문제 등 초고밀도 서울 집중은 여러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틀에 갇힌 지가 7년이나 되는 드문 사례도 지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서 온 것으로 짐작된다.

단극체제에서 작동되는 중앙 중심의 정치는 향앙(向央)정치로 고착화됐다. 해만 쳐다보는 해바라기처럼 지역은 중앙만 쳐다보고 있다. 중앙이 기획과 의사결정을 독점하면서 지역은 중앙의 재원에서 내려오는 떡고물을 받아먹는 데만 관심을 두고 있다. 지역의 자립적인 역량은 위축되고 재원이 없으니 지역의 창의적인 의제와 실천은 바로 한계에 부딪힌다.

중앙 대비 지역 예산의 경우 주요 7개국(G7) 평균이 6:4인 데 비해 우리는 아직 8:2이다. 그러면서 선거 때마다 중앙 정당들의 편가르기에 기만당하며 대한민국을 좌우로 각각 절반씩 나누고 있다. 지역주의가 문제라고 하면서도 정작 지역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전술한 분석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지역이 중앙의 종속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극복할 수 있다. 중앙의 재원을 배분받는 데 만족할 것이 아니라 지역 스스로 기획과 실천이 가능한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 지난 20여년간 지방분권 지역자치 의제를 시민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시했지만 선거 때만 관심을 가질 뿐 선거 종료와 동시에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것이 반복돼왔다. 흔히 대한민국에서는 지역정치가 선거만 있고 자치는 없다고 한다. 지역의 정치가 중앙 중심의 피라미드 정치 구조 속에서 선거용으로 전락한 데서 벗어나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지역자치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실천 방안은 지역정당(local party)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 스페인, 일본, 영국, 미국, 스위스 등 국가에서 자연스러운 지역정당이 우리에게는 허용되지 않는다. 정당법에서 지역정당을 못하도록 막아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현 정당법에 따르되 서울을 포함한 지역에 거점을 둔 정치결사체들이 연합하여 지역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정당 지원형 전국정당은 보충성의 원리에 따라 시군구와 광역시도 단위의 지역정당을 지원할 수 있다. 즉각적인 지역정당 활동이 가능하며 동시에 정당법 개정과 준연방 방식의 제도화를 위한 헌법과 법률 개정 운동을 추진할 수 있다. 이것은 꿈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대안이다. 만약 우리가 이것을 이룰 수 있다면,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것이며 세계 정치사에 의미 있는 모델을 제시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제 구호를 외칠 시점은 지났다. 오직 정치적 헌신만이 남아 있다. K팝, K컬처에서 나아가 한국 정치도 지구촌에 내놓을 수 있도록 K폴리틱스(K-politics)를 현실화하는 유쾌한 상상을 해보자.

안현식 부산경남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회장·동명대 교수

안현식 부산경남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회장·동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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