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페 ‘41세113일’ 최고령…그보다 빛난 ‘11개’ 리커버리
스프린트 시속 31㎞ ‘노익장’
공중볼 경합 9개 중 7개 따내
흔히 축구 선수에게 40세는 환갑에 비유된다. 실제 대부분의 최고령 출전 기록은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를 제외하면 40세 전후로 정리된다.
예외는 있다. 남들이 은퇴할 나이에 그라운드를 누비는 슈퍼맨들이다.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에서 최고령 출전 신기록(41세113일)을 세운 페페(41)가 바로 그런 선수다. 페페는 19일 유로 2024 조별리그 F조 체코와의 1차전에 선발 출전하면서 8년 전 헝가리 골키퍼 가보르 키랄리(종전 40세86일)의 기록을 가져갔다.
페페의 외모는 사실 벤치가 더 어울린다. ‘띠동갑’보다도 한참 아래인 후벵 디아스(맨체스터 시티)와 디오고 달롯(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이에 선 그는 이마에 움푹 팬 주름에 형형한 눈빛으로 웬만한 감독을 압도하는 ‘연식’을 뽐낸다.
그러나 페페는 경기가 시작하면 여전한 현역이다. 중앙 수비수로 출전한 그는 상대가 공세를 펼칠 땐 한 발 빠르게 반응하며 공을 빼앗고, 동료의 실수까지 커버했다. 상황에 따라선 측면까지 달려가며 수비를 책임졌다. 이날 페페의 스프린트 속도는 시속 31㎞. 디아스(28.8㎞/h)나 달롯(30.6㎞/h)보다 빨랐다.
페페의 활약상은 기록에서도 잘 드러났다. 스포츠통계업체 ‘옵타’에 따르면 페페는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최고 수준의 수비 지표를 자랑했다. 공중볼 경합에서 3번 모두 승리한 것을 포함해 경합 상황에서 9번 중 7번을 웃었다. 특히 볼 소유를 가져오는 리커버리에선 무려 11회로 유로 2024 조별리그 가운데 최다를 기록했다. 남다른 경험이 빛나는 볼 배급에선 패스 성공률 92%를 기록했고 파이널 서드(상대 수비 진영)에서도 7번의 패스를 성공시켰다.
페페가 첫 경기에서 노익장을 자랑한 덕분에 올여름 취업 가능성도 높아졌다. 페페는 유로 2024를 앞두고 포르투갈 명문 포르투와 계약을 정리했다. 축구계의 새로운 엘도라도로 떠오른 사우디아라비아가 소속팀이 없는 페페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팽배하다. 유로 2024 활약상에 따라 계약 조건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포르투갈의 또 다른 베테랑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9·알나스르)의 부진과 맞물려 페페의 활약이 더욱 부각됐다. 호날두는 체코와 1-1로 맞선 후반 41분 디오고 조타(리버풀)의 헤더가 골망을 가른 상황에서 오프사이드 반칙을 저질러 득점이 취소되게 만들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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