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한반도 자동 군사개입' 문 열었다…"침략당하면 상호지원"
2000년 공동선언보다 적극적·의무적 개입 여지 열어…동북아엔 '악재'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쌍방 중 한쪽이 침략을 당하면 상호지원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긴 협정을 체결했다.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을 열어둔 조치로, 동북아 정세에 새 변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북러 간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 사실을 알리며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각종 경제적 협력은 물론 북러관계를 '동맹'으로 격상하는 조치가 담긴 이번 협정 중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안보와 관련된 부분이다.
북러는 양측 중 한쪽이 외부의 군사적 공격을 받을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라고 명시했다. 이 문안만 봤을 때는 필연적으로 '군사적 조치', 특히 군사개입이 의무화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푸틴 대통령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체결한 '조러 공동선언'보다 한층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조로 공동선언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러시아에 대한 침략 위험이 조성되거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을 주는 정황이 조성돼 협의와 호상(상호) 협력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 지체 없이 서로 접촉할 용의를 표시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지체 없이 서로 접촉'에서 '상호 지원'으로 바뀐 것은 유사시 북러 간 도움을 주는 것을 의무화한 것이다.
다만 당초 북러가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새 협정에 넣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던 것에 비해서는 수위가 낮은 것이기도 하다. 북러 사이 1961년 체결했다가 1996년 폐기된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에는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명시돼 있는데, 이와 비하면 분명한 차이는 있다.
문제는 어떻게 도울지는 구체화하지 않은 것이 북러의 '꼼수 합의'일 가능성이다. 사실상 군사적 개입을 상정하면서도 외부의 비난과 이로 인한 제재를 피하기 위해 문안을 모호하게 적용했을 수 있다.
군사적 개입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한반도 유사시 사안이 동북아 전체의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관련 내용이 명시화될 경우 '자의적 판단'에 의한 정세 개입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 총비서와의 확대 정상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이번 방문의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 체결일 것"이라며 "이것은 최고 수준에서 서명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해 이번 협정 체결을 계기로 북한과 더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을 할 방침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러시아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적으로도 대(對)한반도 영향력을 더 확대하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러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각종 군사적 협력을 확대할 방침을 밝힌 것도 우려할 대목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번 협정이 "본질적으로 방어적"이라면서 '숨은 의도'는 없다는 입장을 덧붙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방어적'이라는 표현은 수사일 뿐 사실상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부활했다는 지적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우크라전 때도 푸틴은 '방어적'이라는 입장이었다"라며 "설사 북한이 남침을 해도 방어적이라고 주장하면, 러시아가 지원한다는 의미가 되어버리는 문제가 있다. 이것은 정부가 말한 '레드라인'을 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에 발표된 협정의 내용만으로는 '자동 군사개입'이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자동 군사개입'보다는 급이 낮다. 다만 준군사동맹적인 성격을 갖는 협력 구도로 끌어올렸다고 평가할 수 있다"라며 "지원이라는 건 예를 들어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 독일이 탱크를 보내면 지원한다고 하지 참전했다고 얘기는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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