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정당들 "거대정당들 '의정갈등' 관심 밖"
의료계 만남, 대책 없는 '보여 주기식' 비판
의사출신 이주영 의원 "여야, 너무 안일해"
"민주도 정권 공격 수단으로 의정갈등 사용"
[아이뉴스24 김주훈 기자] 의료계 무기한 집단 휴진으로 확산된 의정 갈등이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중재에 나서야 하는 국회는 원 구성 협상에 매몰돼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개별 정당 대응만 펼치고 있다. 거대 정당의 '네 탓 공방'에 소수 정당에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의료 갈등'에 관심이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9일 당초 긴급 현안질의를 열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의료공백 사태와 관련해 물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원 구성에 불만을 품은 국민의힘은 전체회의에 불참했고, 조 장관을 비롯한 차관 등 복지부 관계자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회의라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박주민 복지위원장은 "복지부는 국회에 나와 국민 앞에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해야 하고, 국민의힘은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집단 휴진과 장기화되는 의정 갈등에 대해 정부에게 책임과 역할을 물어야 하는데, 끝내 그 의무와 기대를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위원들도 이날 현안질의에 참석하지 않은 국민의힘과 조 장관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더욱이 조 장관을 비롯한 복지부 관계자들의 참석을 강제하기 위한 청문회 개최를 제안했다.
강선우 야당 간사는 "국민의힘 위원들 자리가 텅 비었는데, 특위를 구성해 국회의원 놀이를 하는 것이고, 의협회장을 만나 '많이 배웠다'라는 한가한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조 장관은 지난 17일 당정회의에 참석했는데, 오늘 상임위에는 불출석한 만큼 끝까지 책임을 따져 묻겠다"며 복지부 장·차관을 증인으로 채택한 청문회 추진을 요구했다.
백혜련 의원도 "국민은 의사들의 집단 휴진으로 굉장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데, 여당 의원들이 오늘도 참석하지 않은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용산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정부여당이 불참한 것은 국민 생명을 도외시하는 처사이자 국회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의 청문회 개최 요구가 거세지자, 박 위원장은 조 장관을 비롯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인 강희경 교수 등을 증인과 참고인으로 출석시키는 안건을 의결했다. 박 위원장은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하거나 서류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한다"고 경고했다.
복지위 전체회의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이날 국군수도병원을 방문해 국민 의료불편 대응을 위한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최근 여당은 원 구성 보이콧에 따라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 집단 휴진 사태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한 채 '개선방안 마련'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고 있다. 더욱이 의료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요한 의원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을 만났음에도 집단 휴진에 대한 방안은 마련하지 못하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됐고, 어려운 일이지만 뛰어들어 해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민주당이 최근 서울대 의대 및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등 의료계 관계자를 만나 면담을 진행하는 행보도 "엉뚱한 사람을 만나 의미 없는 대화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국회에 들어와서 3주를 보냈는데, 왜 국민들이 국회를 가장 신뢰하지 못하는 기관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며 "일하는 국회가 되려면 지난 5월 29일 21대 국회 임기 만료 직후 30일 아침에 회의를 해도 모자랄 정도로 의정 갈등은 혼란 정국"이라고 강조했다.
비교섭단체인 소수 정당은 원 구성 협상에 관여할 수 없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의정 갈등에 국민이 피해를 본다며 "새우싸움에 고래 등이 터지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실상 거대 정당의 원구성 갈등에 등이 터지고 있는 것은 상임위에 속한 소수정당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소수정당에선 거대 정당 모두 의정갈등보단 정쟁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교수 출신인 이 의원은 의정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논의 테이블에 앉지 않는 국민의힘과 복지부도 문제지만, 의료계 문제를 인지하지 않고 공세만 일삼는 민주당도 잘못이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너무 안일하고 시간이 아까운지 모르는 것 같다"며 "사실 국회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해 이해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문제의 본질은 의대 증원이 아닌 이 정책 패키지에서 촉발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의료인력 확충을 비롯해 지역의료 강화, 의료 사고 안전망 등 내용이 담겨있다. 의료계는 이 패키지에 대한 쟁점 조항 수정과 의대 증원안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불법 전면 휴진을 전제로 한 요구는 적절하지 않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의원은 "복지위조차 제대로 이 문제의 본질을 알려고 하지 않고, 민주당도 이런저런 얘기를 하지만 실상 윤석열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것 아닌가"라면서 "정권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의정 갈등을 사용한다는 것에 의료계는 진정성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고, 의료 체계 붕괴를 진심으로 걱정해서인지를 여야 모두 정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의정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국민의힘과 민주당, 복지부 장·차관이 모두 논의 테이블에 모여 의대증원을 비롯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 사안에 전반적인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태가 심각한데, 국민의힘과 복지부는 안 들어오고 민주당은 윤 대통령 공격에만 집중하고 있는 사실에 화가 난다"며 "제대로 된 전공의를 부르고 각급 병원과 분과별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모두 테이블에 모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주훈 기자(jhkim@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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