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성장동력 약화… 구조개혁 없으면 추락 [도약의 마지막 기회를 잡아라]
노동·연금·교육·기술 혁신 등
정치 리더십 부재로 성과 못내
현재 구도 방치하면 성장 멈춰
한은 "2040년대 마이너스 성장"
KDI "외국인력 적극 수용해야"
저출산·고령화와 성장동력 약화 등이 겹치며 잠재성장률도 내리막이다. 노동·연금·교육·기술 혁신 등 과감한 경제구조 개혁의 당위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구도를 방치한다면 성장 자체를 멈추거나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6년 후 잠재성장률 0%대
19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장기경제성장률(잠재성장률)이 2%대 초반에서 점차 하락해 2040년대 0%대에 진입하고, 2050년 0.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023~2030년 1.5%, 2031~2040년 0.9%, 2041~2050년 0.2%로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030~206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 평균치를 0.8%로 추정했다. 2000~2007년 3.8%에서 2007~2020년 2.8%, 2020~2030년 1.9%로 하락한 뒤 2030~2060년에는 연평균 0%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가진 노동·자본 등의 생산요소를 동원해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최대한 성장할 수 있는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쉽게 말해 한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내외 주요기관이 20~30년 후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가장 주요한 요인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2~2072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2년 중위 추계 기준 3674만명이던 생산연령인구는 2030년 3417만명으로 줄고 2072년 1658만명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고령인구(65세 이상)는 오는 2025년 처음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고 이후 2050년에는 40%로 크게 늘어난다. 길에서 만나는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이라는 의미다.
일할 수 있는 생산가능연령 인구가 줄고, 고령 인구가 늘면서 노동 공급이 줄어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행한 예산 춘추 기고에서 과거 1%p가량이던 노동 투입 성장 기여도는 2023~2030년 0%p로 축소되고, 이는 향후 경제규모를 축소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 실장은 "노동력 확보를 위해 여성 경제활동 촉진, 고령층 노동력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와 함께 외국인력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 없으면 역성장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급격한 고령화로 인한 성장잠재력 하락을 만회할 만한 혁신기업의 생산성 정체도 암울한 시나리오를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연구개발(R&D) 세계 2위 우리나라, 생산성은 제자리' 보고서에 "출산율의 극적 반등이나 생산성의 큰 폭 개선 등 획기적 변화가 없을 경우 우리 경제는 2040년대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8.2%에서 2011~2020년 1.3%로 크게 낮아졌다. 그 결과 한국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도 연평균 6.1%에서 0.5%로 내려앉았다. 이에 대해 한은은 국내 기업의 혁신의 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성장 추세는 지속적으로 하락해왔고,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고통스럽지만 지속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3월 한은-KDI노동시장 세미나에서 "높게 매달린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수반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알을 깨는 고통이 수반된다는 각오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 실장은 "외국인력 수용, 규제완화와 혁신기술 개발,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의 당위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구조개혁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이해관계자의 갈등을 조절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제도를 설계해 나가는 정치적 리더십이 발휘된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가 생각만큼 나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상태에 머무르며 경제 역동성 저하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험난하지만 지속적인 구조개혁을 통해 역동성을 강화할 것인가는 국민이 선택할 문제"라고 조언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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