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상사태 선언’ 무색한 저출생 대책, 청년 삶의 질 높여야

한겨레 2024. 6. 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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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범국가적 총력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저출생 대응을 모든 정책에 우선하는 과제로 추진해, 임기 내 합계출산율 반등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비상사태 선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획기적인 정책 방향이 제시된 것은 없어 용두사미에 그칠 우려가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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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범국가적 총력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저출생 대응을 모든 정책에 우선하는 과제로 추진해, 임기 내 합계출산율 반등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비상사태 선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획기적인 정책 방향이 제시된 것은 없어 용두사미에 그칠 우려가 커 보인다.

정부는 신설될 ‘인구전략기획부’ 주도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추진해, 2030년까지 출산율을 1.0명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출산율이 1명을 밑도는 나라는 우리(지난해 기준 0.72명)가 유일하다. 이에 일·가정 양립과 양육, 주거 등을 지원해 저출생을 초래하는 원인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기 위한 몇몇 대책은 종전보다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육아휴직급여 상한을 월 150만원에서 최대 250만원으로 올리고 아빠 출산휴가를 10일에서 20일로 늘리는 방안 등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기존 대책의 연장선에서 내용을 좀 더 보완하는 수준이어서, 정부가 이를 통해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킨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이와 더불어 출생에 대한 부정적 사회 인식을 바꾸겠다며 범국가적 캠페인을 벌인다는 계획도 구태의연하기 짝이 없다. 이제 청년들은 삶의 선택지에서 출산을 아예 지워버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근본적으로 저출생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과 장시간 노동, 경쟁사회에 대한 피로감, 출산한 여성에 대한 불이익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오랜 기간 누적된 결과다. 단기적으로 출산율 지표 반등에만 급급할 일이 아니라 청년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중장기 비전이 제시돼야 한다. 특히 현 정부에서 실종된 성평등 정책이나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정책 등 그간 비판받아온 정책 기조의 변화는 필수적으로 따라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정부는 영유아에 대한 교육·돌봄 지원을 위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운영시간을 8+4시간으로 늘린다고 했는데 정작 일·가정 양립을 위해 노동시간을 줄이는 정책은 언급조차 없었다.

과감한 정책 전환이 보이지 않는 데는 재원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탓도 있다. 정부는 관계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했지만 건전재정과 감세 기조가 지속되는 한 어느 정도 여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생 대응을 지원하려 부동산교부세의 교부 기준에 저출생 항목을 신설한다고 밝혔는데 부동산교부세의 재원인 종합부동산세는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국가 책임을 강화한다는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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