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우주 ‘위험한 밀착’… 경제·철도 협력도 의제 올랐을 듯 [북·러 정상회담]

조성민 2024. 6. 1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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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푸틴 무슨 얘기 나눴나
北에 우주기술 지원 논의 가능성
러시아는 13명·北 6명 회담 참석
푸틴 “北의 확고한 지지에 감사”
김정은 “러시아 역할 높이 평가”
단독회담도 가져 ‘밀담’ 이어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정책을 포함해 러시아 정책에 대한 (북한의) 일관되고 확고한 지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전용 차량에 올라 북한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열리는 공식 환영식장에 도착하고 있다. AP뉴시스
스푸트니크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일성 광장에 도착, 북한 국빈 방문 공식 환영식을 받은 뒤 금수산 영빈관에서 열린 김 위원장과 확대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소통은 평등과 상호 이익에 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한다”며 “작년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결과로 우리는 오늘날 양국 관계 구축에 있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회담 성공을 확신한다”며 “차기 북·러 정상회담은 모스크바에서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선조들의 업적은 오늘날 양국 관계 발전의 좋은 기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포함해 러시아 정책에 대한 전적인 지지 의사를 피력하며 화답했다. 그는 “북한은 세계의 전략적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강한 러시아의 중요한 사명과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며 “러시아 정부와 군, 인민이 주권과 안보 이익, 영토보전을 수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전쟁)을 수행하는 데 전폭적인 지지와 연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 대통령의 방북으로 북·러 간 우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마주앉은 김정은·푸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줄 가운데)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줄 가운데)이 19일 평양 금수산영빈관에서 양측 대표단이 배석한 가운데 열린 북한과 러시아의 확대정상회담에서 전략적 협력 의지를 강조하는 내용의 회의를 하고 있다. 평양=AP연합뉴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양쪽 및 뒤쪽에는 북한·러시아 외교, 군사 분야 고위 인사들이 각각 6명, 13명 배석했다.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북한 측에서는 김덕훈 내각 총리, 최선희 외무상, 박정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성남 당 국제부장, 임천일 러시아 담당 외무성 부상이 참석했다. 주로 외교, 군사 분야 대표들이다.

러시아 측 대표들은 인원수도 북한 측의 두 배 이상이었으며 분야도 훨씬 다양했다. 외교, 군사뿐 아니라 에너지, 교통, 철도, 우주, 보건 등 분야 수장이 참석했다. 데니스 만투로프 제1 부총리, 알렉산드르 노바크 에너지 부문 부총리,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 유리 우샤코프 크레믈궁 보좌관,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이 포함됐다. 로만 스타로보이트 교통부 장관, 미하일 무라시코 보건장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러시아대 대사, 알렉세이 크리보루치코 국방차관, 유리 보리소프 로스코스모스(연방우주공사) 사장, 올레그 벨로제로프 철도공사 사장도 자리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군사 분야 협력이 중점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러는 지난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군사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정상회담에서 북·러가 ‘유사시 자동 군사 개입’에 가까운 수준의 군사협력을 맺을지 여부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서 쌓은 실전 경험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번 회담에 보리소프 우주공사 사장이 참석한 만큼 러시아가 북한의 우주기술 발전을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김 위원장의 방러 당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새벽 평양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영접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캡처
경제분야 협력 강화 방안과 철도 협력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노바크 부총리를 동행한 만큼 에너지 부문에서도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북한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로 정해진 기준 이상의 석유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전날 노동신문 기고문에서 인도주의적 협조를 발전시키겠다고 언급한 가운데 무라시코 보건장관은 의료 분야 협력 의제를 담당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확대 정상회담을 마친 뒤 단독 회담을 이어갔다. 앞서 우샤코프 보좌관은 “회담과 별도로 두 정상은 일대일로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산책과 다도를 하는 동안 독대하며 ‘둘만의 밀담’을 나눌 것이라고 언급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양측이 평등과 주권 존중, 내정 불개입 원칙에 기초한 다극화된 세계 건설을 옹호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정상의 비공식 대화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꾀하는 ‘다극화 세계’의 중요 파트너이자 어엿한 일원으로 북한을 끌어들이고, 북한도 핵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 ‘왕따’에서 벗어나 입지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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