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낙타-바늘귀' 해석의 다양함 [어도락가(語道樂家)의 말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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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세상 언어들의 이모저모를 맛보는 어도락가(語道樂家)가 말의 골목골목을 다니며 틈새를 이곳저곳 들춘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다수 학자가 인정하듯 원래대로 '낙타'가 맞고 '밧줄'이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
셈어 중에 에티오피아 암하라어에 '거머드(밧줄)', '그멀(낙타)'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마도 낙타와 밧줄의 관계를 찾던 독일 저자가 암하라어(Amharisch, Amharic)를 아람어(Aramäisch, Aramaic)로 헷갈리고 gamta라는 가상의 아람어 단어를 지어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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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세상 언어들의 이모저모를 맛보는 어도락가(語道樂家)가 말의 골목골목을 다니며 틈새를 이곳저곳 들춘다. 재미있을 법한 말맛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며 숨겨진 의미도 음미한다.
한국은 무종교 인구가 절반이 넘어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낀다. 서유럽이나 북유럽 여러 나라도 실제로 종교가 없는 비율이 매우 높긴 해도 상당수가 전통적으로 교회에 등록은 돼 있는 반면 한국은 다르다. 통계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을 테지만,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친 인구가 약 23%라서 아시아에서는 기독교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편이다. 그래서 한국은 종교 면에서 복합적으로 특이하고 이런저런 기독교식 표현도 비신자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마태오의 복음서/마태복음 19:23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공동번역),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개역개정)에서 '낙타'가 '밧줄'의 오역/오류라는 설은 알렉산드리아의 키릴로스(376~444)로 거슬러 올라가고 장 칼뱅(1509~1564)도 얘기해서 지금도 심심찮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다수 학자가 인정하듯 원래대로 '낙타'가 맞고 '밧줄'이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
유독 한국 사이트나 책에 많은 내용은 아람어 gamta(밧줄)를 gamla(낙타)로 잘못 해석했다는 것인데 독일어 사이트에서도 가끔 보인다. '상식의 오류 사전'이라는 독일 대중 교양서의 한국어판 내용이 퍼진 것으로 짐작된다. 한술 더 떠 한국 사이트에는 '아람어'를 '아랍어'로 잘못 쓴 경우도 많은데 아무래도 아람어라는 언어가 익숙하진 않아서 그랬겠지만 오류가 계속 꼬리를 물고 있는 우스운 꼴이다.
얼핏 그럴듯해도 저 주장은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 신약은 헬라어(그리스어)가 원전이므로 그리스어 카밀로스(밧줄 κάμιλος)를 카멜로스(낙타 κάμηλος)로 착각했다는 게 출발로선 맞는데, 두 그리스어 단어가 그 당시에도 비슷하게 들렸을 테니 글을 잘못 옮겼다는 설도 가능은 하다. 그러나 '카밀로스'는 정박용 밧줄을 일컫는 특수한 용어라서 문헌에도 거의 안 나온다. 성경에는 '카멜로스(낙타)'라 되어 있는데 나중에 재해석하며 '카밀로스'를 갖다 붙인 것이다. 애초에 '밧줄'이라 부를 셈이었다면 굳이 잘들 쓰지도 않는 전문용어를 넣을 까닭이 없다.
그리고 '카멜로스'는 셈어 차용어라서 아람어 '감라'는 맞아도 '감타'라는 말은 없다. 셈어 중에 에티오피아 암하라어에 '거머드(밧줄)', '그멀(낙타)'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마도 낙타와 밧줄의 관계를 찾던 독일 저자가 암하라어(Amharisch, Amharic)를 아람어(Aramäisch, Aramaic)로 헷갈리고 gamta라는 가상의 아람어 단어를 지어낸 듯싶다. 아니면 생김새가 비슷한 영어 camel/cable(낙타/밧줄)처럼 독일어 Kamel/Kabel도 있으니 거기서 착안했을지도 모르겠다.
'낙타'와 '바늘귀'는 당시 중동 사람들이 보기에 매우 큰 것과 작은 것을 대비시키므로 이해에도 무리가 없고 전혀 일어나지 않을 일을 과장하는 수사법으로는 오히려 밧줄과 바늘귀보다 효과적이다. 나중에 해석하다 보니 밧줄이 바늘귀에 들어가는 이미지가 좀 더 와닿을 듯해서 그런 주장도 나왔다. 1,000년이 훌쩍 넘는 카멜로스/카밀로스 낭설이 여전히 떠도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롭게 감라/감타 뇌피셜까지 만들어내듯 인터넷 시대는 잘못된 상식과 오류도 더욱 빠르게 확대 재생산된다. 꼭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소수설이 정설도 될 수 있고, 인간의 지식과 지혜는 끊임없이 도전받기에 멈추지 않고 발전할 것이다.
신견식 번역가·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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