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 비급여, 건보부터 손 봐야” 서울대병원 교수들 성토

19일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대위 심포지엄
건보 현주소와 비급여 문제 주제로 토론
”의료 제도 개선 위해 다각적 논의 필요”

서남규 건강보험공단 비급여관리실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한국 의료 제도 속 비급여, 실손보험'을 주제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이 적정 가격을 쳐주기만 해도 비급여 시장은 줄어드는 거 아닌가요.”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하은진 교수)

“건보 재정이 넉넉하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죠.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머리를 맞대고 같이 고민하자는 겁니다.”(국민건강보험공단 서남규 비급여관리실장)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19일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 의대 융합관에서 ‘건강보험, 비급여, 실손보험’을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서는 의사들과 건보공단 관계자 간에 비급여와 건보 운영과 관련해 팽팽한 견해차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방재승 전 서울대의대 교수 비대위원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이날 좌장을 맡아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현재의 건강보험제도에서 찾았다. 건보 재정이 빠르게 고갈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의대증원과 함께 비급여와 급여 진료를 함께 하지 못하도록 하는 ‘혼합진료’ 금지와 같은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서남규 건보공단 실장은 국민 의료비의 급격한 증가 이유로 비급여 허용을 지목했다. 서 실장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급여의 빈 틈을 채우는 목적으로 비급여를 허용했는데 비급여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졌다”며 “한국은 보완형 실손보험 제도를 도입했지만 결과적으로 의료비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서 실장은 “비급여 시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부가 그동안 쉽게 나서지 못했다”며 “비급여 가격을 공개하는 것만 해도 의료계가 거세게 반발했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하은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이에 대해 “건강보험이 의사들에게 적정 의료비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아서 비급여 시장이 커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재승 교수는 “의료 공급자가 적정한 수가를 받지 못하면 양심적 진료가 어렵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일본에서 5000원에 파는 짜장면을 한국 정부는 1000원에 팔라고 한다”며 “짜장면 값을 100% 올려도 일본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고 했다. 정부가 지역 필수의료 살리기 정책의 일환으로 심뇌혈관질환 시술과 수술 관련 수가를 대폭 인상하는 정책을 발표했지만, 수가를 인상해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는 지적이다.

강대식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비급여와 실손보험 문제는 잘못된 건보 제도 운영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건보 재정에 따라 의료 서비스의 가격이 결정되는데, 수요와 공급을 따를 수 없고 이에 따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강 부회장은 “실손보험 도입 단계부터 정부가 잘못 접근했다”며 “1977년부터 이어진 기형적 건보제도를 이제는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서 실장은 이에 대해 “재정이 충분하지 않다면 가치있는 곳에 돈을 더 쓰고, 덜 가치 있는 곳에는 돈을 덜 쓰는 것을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의료계와 정부가 근거를 갖고 얘기하면 답은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전공의 대표인 박재일씨는 이날 “건보 제도에서 비롯된 의료 과소비와 도덕적 해이를 막을 필요가 있다”며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사들의 진솔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김준성 교수는 “비급여 실손보험이 의료 민영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의사단체가 의사 면허 관리를 통해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들어간 병원 의료진을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건강보험공단, 대한의사협회 인사들이 참석했지만 현장 참석자 수는 많지 않았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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