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여성들이 결혼·출산 피하는 이유 [왜냐면]
류인경 | 경희대 공공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
가족복지론을 강의한 이번 학기에 학생들에게 결혼할 것인지 물었다. 전체 35명 가운데 결혼하겠다는 학생들은 약 70%였고 나머지 30%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아이를 낳을 것인지 묻자 50%가 낳겠다고 대답했고, 낳지 않겠다가 30%, 잘 모르겠다가 20%였다. 왜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으려고 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남학생은 ‘돈이 없어서’, 대부분의 여학생은 ‘경력단절이 두려워서’라고 대답했다. 남학생들은 결혼을 가부장적 위치를 얻는 것으로 여겨 돈을 못 벌면 결혼과 출산을 ‘책임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반면, 여학생들은 결혼해도 직장생활을 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주 양육자가 되었을 때 커리어가 단절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고학력 여성이 증가하면서 여성의 사회활동을 받아들이느냐 즉 커리어냐, 출산과 양육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얼마 전 출산과 커리어에 대해 한 언론인과 여학생이 벌인 논쟁은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였다. 이 논쟁에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여학생과 결혼·출산을 포기하지 않더라도 커리어를 충분히 쌓을 수 있다는 기성세대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한국의 가족 정책에서 일·가정 정책과 출산휴가, 육아휴직 제도는 출산율을 높이는 데 효과가 없었고, 제도가 있어도 실제로 시행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의 가족 정책은 정책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는 채로 현재까지 진행되어 온 것이다. 또한 가족 정책이 있다고 하더라도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 많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갑자기 다가와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것도 하나의 이유다. 한국의 가족 정책은 출산·양육하는 부모 가운데 한쪽은 노동을 포기하게 만들어 부모의 노동력을 제한하고, 보편적인 재분배가 아니라 취약가구에 한정된 선별적 재분배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특히 한부모 가구 지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바닥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가족주의적 정책을 펴는 독일은 국내총생산(GDP)의 3% 정도를 책정하여 가정과 일의 양립과 출산율을 높이는데 지출하고 있다. 세금과 조세를 감면하고 충분한 양육휴가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돌봄 시간과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새로운 가족 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충분한 담론을 형성하여 수용도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국내총생산의 3.8%를 가족정책에 책정하고 있는데, 교육정책에 포함된 아동수당까지 포함하면 국내총생산의 약 4%에 이른다. 프랑스의 가족 정책은 70년간 지속하여 왔다. 한부모 가정, 미혼모 가정의 빈곤 위험과 사회 위험을 낮추는 등 양성평등과 아동복지, 그리고 사회정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도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부모와 아동이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방과 후 돌봄교실과 결혼이주여성·이주노동자 가족의 사회 참여는 낮은 고용률과 출산 양극화를 해결하려는 정책의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엠제트(MZ)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부모들이 겪어야 했던 양육 전쟁을 보고 자란 그들이 부모와 같은 고통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모들이 고령화되면서 노인 돌봄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된 엠제트세대의 부모들은 자신의 노후를 위해 자녀들이 성장하면 더 이상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더 이상 손자녀 양육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경향 때문이다.
가족 안에서 출산과 양육을 해결하려고 했던 기성세대의 과거는 더 이상 현재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성이 아이를 출산하면 누가 키워준다는 것인가?
조만간 필리핀에서 1차로 100명의 가사도우미가 입국하는데 급여는 206만원으로 책정했다고 한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했을 때 부부 가운데 한쪽의 월급을 가사도우미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맞벌이 신혼부부에게는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졸속 정책 속에서 결혼해 가사와 양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겪으며 직장 일과 병행하고 싶지 않은 것이 일반적인 엠제트세대들의 생각이다. 결혼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과 저출산 문제에 빠른 해결책은 없다. 앞서 제시한 독일과 프랑스의 경우를 참고하여 한국에서의 시사점을 찾고 한국의 실정에 맞는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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