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양현종의 이닝보다 팔이 더 중요하다”···대투수의 황소고집을 이범호 감독이 꺾었다[스경x현장]
이범호 KIA 감독은 지난 18일 LG전을 마친 뒤 양현종(36·KIA)과 ‘타협’을 시도했다. 투구 중 팔꿈치에 이상 증세를 보인 양현종을 검진 결과에 관계 없이 엔트리에서 제외하고 휴식을 주고자 했다.
그러나 양현종은 휴식에 있어서는 유명한 황소고집이다. 2014년 이후 매년 170이닝 이상씩 던져온 양현종에게 해마다 ‘휴식’은 이슈가 되고 코칭스태프는 권유하지만 양현종은 쉬질 않는다. 최고참이 된 양현종은 지난해부터는 생각을 조금 고쳤다. 올해 필요하다고 느낄 때는 쉬겠다고 이야기 할 참이었다. 그러나 지난 18일 LG전을 마치고도 “아직은 괜찮다. 지금은 휴식할 때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번에는 류현진(한화)과 세기의 대결로 주목받고 있는 23일 한화전 등판에 대한 책임감이 더해졌다.
이범호 감독의 ‘타협 시도’에 역시나 양현종은 말을 듣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은 정재훈 투수코치, 트레이너들과 함께 회의를 했다. 양현종의 휴식 여부를 논의했다. 언제가 되든 한 번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휴식을, 검진 결과가 어떻든 이번에 주는 것이 좋겠다고 결론내렸다.
양현종은 19일 오전 서울로 이동해 오후 1시 정밀 검진을 받았다. 전날 투구 중 순간 뻐근했던 팔꿈치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나왔다. 단순한 피로누적이라는 소견을 받았다. 그러나 양현종은 우여곡절 끝에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범호 감독은 “현종이가 솔직히 너무 많이 던졌다. 언제 휴식 줘야 되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올스타 휴식기 전 마지막 등판 뒤에 줄까 하고 있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됐기 때문에 지금 쉬게 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본인은 간곡했다. 던지고자 하는 마음이 강한데 투수코치와 트레이닝파트까지 모여서 회의했고, 모두 지금 시점에 쉬는 게 가장 좋겠다고 해서 현종이 고집을 우리가 꺾었다”고 밝혔다.
양현종은 지난 5월25일 광주 두산전에서는 투구 중 골반에 잠시 이상을 느끼기도 했다. 부상으로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양현종에게는 이례적인, 경기 중 이상 증세에 모두가 긴장했었다. 당시에도 이범호 감독은 엔트리 제외를 권유했지만 양현종이 사양했다.
이범호 감독은 “어젯밤엔 현종이하고 타협이 안 돼서, 그럼 병원에서 진료받은 뒤 결과 보고 통화하자고 하고 서울로 보냈다. 통화한 뒤에 다시 투수코치, 트레이닝파트와 미팅을 했고 이번에 쉬는 걸로 결론내렸다”며 “지난 번 골반이 좀 안 좋았을 때도 한 번 빼려고 했는데 그때는 현종이 말을 들어줬다. 팔이 아니니까 그렇게 했지만 이번에는 팔이라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90이닝 넘게 던져 리그에서 두번째로 많이 던진 상황이다. 이닝을 많이 던져주는 고참 투수라서, 지금은 그 고집을 꺾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열흘만 쉰 뒤 29일 복귀한다. 당일 키움전에 등판할 계획이다. 양현종이 등판하기로 돼 있던 23일 한화전은 KIA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레이스가 치열해 1승이 아쉽다. 한화 선발 류현진을 상대해야 하는 날이다. KIA는 양현종이 자리를 비운 이날 임기영을 선발 등판시킬 계획이다.
이범호 감독은 “나도 현종이 쓰고 싶다. 하지만 선발 중 부상자가 한 명만 더 나오면 시즌 전체가 힘들어진다. 23일 한화전이 중요한 경기라 나도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한테는 양현종이라는 투수가 필요하다. 이닝을 워낙 중요하게 생각하는 투수인데 내게는 현종이 이닝 수보다 현종이 팔이 더 중요하다. 많이 던져주면 좋겠지만 앞으로 선수 생활 하면서 KBO리그 기록을 깨야 되는 선수다. 팔은 투수에게 정말 조심해야 되는 부분이다. 이렇게 잘 던지는 투수가 고참인데 한 번 부상 당하면 어려워질 수 있다. 지금 쉬어가도록 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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