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지내요. 그대는요?" 서울미술관 소장품전서 이중섭 미공개 편지화 최초 공개

이윤희 2024. 6. 19.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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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태현군, 잘 지내니? 아빠는 건강하게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아빠가 있는 경성은 너희가 있는 미슈쿠보다 추운 곳입니다. 기차로 몇 시간이나 걸리는 곳에 있던 아빠의 잠바를 오늘 아빠의 친구가 가지고 와주어서, 아빠는 매우 기뻐요. 이보다 더 추워도 아빠는 따뜻한 양피 잠바를 입고,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나처럼 태현군도 기뻐해주세요. 태현군도, 태성군도, 엄마도, 할머니가 계시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해요. 감기 걸리지 않도록 몸조심하세요. 그럼, 건강해요. 아빠 중섭."

지난 13일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개막한 전시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에서 이중섭의 미공개 편지화 3점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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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술관 제공

"나의 태현군, 잘 지내니? 아빠는 건강하게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아빠가 있는 경성은 너희가 있는 미슈쿠보다 추운 곳입니다. 기차로 몇 시간이나 걸리는 곳에 있던 아빠의 잠바를 오늘 아빠의 친구가 가지고 와주어서, 아빠는 매우 기뻐요. 이보다 더 추워도 아빠는 따뜻한 양피 잠바를 입고, 그림을 그릴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나처럼 태현군도 기뻐해주세요. 태현군도, 태성군도, 엄마도, 할머니가 계시니까, 괜찮을 거라 생각해요. 감기 걸리지 않도록 몸조심하세요. 그럼, 건강해요. 아빠 중섭."

화가 이중섭은 일본에 있는 아내와 어린 아들들에게 100여통의 편지를 써부쳤다. 멀리서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가족들에게 연신 나는 잘 있으니 괜찮다고 하는 글에서는 "아빠 중섭"의 그리움이 절절히 묻어난다. 홀로 부두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던 이중섭은 춥고 배고프다는 말 대신 가족이 만나 안고 춤을 추는 엽서화를 그려 훗날을 기약하고 가족을 안심시킨다.

사랑은 어쩌면 안부를 묻는 것이다. 어쩌면 안부를 전하는 것이다. 나는 잘 있다고 애써 지어 낸 말을 해내더라도 상대가 근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13일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개막한 전시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에서 이중섭의 미공개 편지화 3점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2022년 서울미술관 10주년 기념전 '두려움일까 사랑일까' 이후 오랜만에 선보이는 서울미술관 소장품 전시의 일환이다.

이번 전시는 이중섭 작품 외에도 신사임당의 초충도, 추사 김정희의 행서 대련 등 조선시대 작품부터 김환기, 유영국, 이중섭, 천경자에 이르기까지 한국미술사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명작을 소개한다.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이우환의 대형 작품 <대화(Dialogue)>도 눈길을 끈다.

특히 작품과 함께 작가들이 직접 연인이나 친구, 가족을 위해 쓴 편지와 글을 함께 소개하는 것이 이색적이다. 이시연 서울미술관 학예연구원은 "천재로 칭송받던 예술가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예술이 결국 인간의 보편적 감정과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대중과 나누고자 한다"고 기획의 변을 밝혔다.

전시는 올해 12월 29일까지 유료로 진행된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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