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언에 못 미치는 저출생 찔끔 대책들
대통령 직속 저출생고령위원회가 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 올해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주저앉을 걸로 보는 추세를 반전시켜보겠다는 뜻이 담겼다. 만시지탄이지만 정부가 그간 대책의 한계를 인정하며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해 “범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비장한 각오에 걸맞지 않게 내놓은 대책들은 여전히 재탕 나열이어서, 과연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정부는 돌봄 지원을 위해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최대 250만원으로 인상하고, 육아·출산 휴직 기간과 횟수도 늘리기로 했다. 또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유보통합)해 최대 12시간까지 교육·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주거 지원을 위해서는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기준을 완화하고, 결혼 특별세액공제도 확대키로 했다. 하나같이 정부가 저출생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정책들이다. 지원을 더 늘리면 나쁠 것이야 없겠지만, 이렇게 하던 대로식 ‘찔끔 정책’으로 추세 반전이 가능했다면 진작에 반전되지 않았겠는가.
이번에도 학·석·박사 통합과정 도입 등 뜬금없는 대책이 저출생 해결책으로 포장됐다. 사회 진출이 빨라지면 결혼과 출생이 늘어날 것이라는 단선적 사고방식으로, 최근 큰 비판을 받았던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여아 조기입학 주장과 별다를 것이 없다. 하루가 멀다하고 세수 펑크에도 부자감세 정책을 쏟아내는 와중에 추가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유보통합만 해도 필요한 예산이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정부 대책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안정적 일자리를 가진 사람들이나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 불안정 노동자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수 있다. 급증하고 있는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 육아휴직 도입 방안은 이번에도 빠졌다.
‘국가비상사태’는 과감하고 거시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출 확대 수준을 뛰어넘어야 한다. ‘지방 청년 일자리’를 확장해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해야 하고, 돌봄 지원은 휴직 기간 연장 정도가 아니라 장시간 노동 자체를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비혼 출산 가정에도 기혼 가정과 같은 법적 지위를 부여해 정상가족 개념을 바꿔야 한다. 저출생 해결에는 성평등 사회가 핵심인 만큼, 여성가족부를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여전히 젠더 문제를 외면하고, 재탕 정책을 보완하는 수준에만 머문다면 결코 저출생은 반전을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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