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붙박이장·목재마루…맨해튼 중심에 'K아파트'
130가구 주상복합 리모델링
9월부터 공사, 2026년 준공
최첨단 방음·커뮤니티 시설에
타임스스퀘어 가까운 황금입지
LA서도 K아파트 지어 인기
미국 뉴욕 맨해튼 심장부에 국내 건설사 반도건설이 세우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선다. 뉴욕시가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낡은 오피스를 주택으로 전환해 10년간 4만가구를 공급하는 데 맞춰 한국식 아파트 문화를 전파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19일 반도건설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에서 '55번가 주상복합 아파트 매매 계약'에 따른 잔금 지급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하 1층~지상 13층, 용지 면적 1096㎡(약 332평)짜리 주상복합 아파트 건물을 사들인 반도건설은 오는 9월부터 이를 리모델링해 2026년 9월 준공할 예정이다. 기존 건물은 지하 주차장과 1층 상가, 2~4층 오피스, 5~13층 아파트 구조였다. 반도건설은 이 건물을 지하 주차장·1층 상가와 더불어 2~13층 아파트 130가구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아파트는 반도건설이 직접 임대·운영한다. 주거 시설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반도건설은 특히 뉴욕 주상복합에 한국식 드레스룸과 목재마루, 붙박이장 등 한국의 특징적인 설계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른바 'K아파트' 문화를 전파하는 셈이다.
이 단지는 맨해튼 5~6번 애비뉴(대로) 사이와 센트럴파크 남측부 55번가(St.)에 있다. 미드타운 황금 입지로 뉴욕현대미술관과 록펠러센터, 타임스스퀘어 등 명소를 모두 걸어서 도달할 수 있는 노른자위다. 뉴저지, 브루클린, 퀸스 등 맨해튼 주변 도심으로 이어지는 7개 지하철 노선도 정차해 교통 요충지로 꼽힌다.
인근엔 주변 건축물 평균 연령이 70년을 웃돌 정도로 낡은 건물이 즐비해 있다. 유입 인구가 많고 인구 밀도가 높은 뉴욕 특성상 더 많은 주거 공간이 필요하지만 맨해튼은 섬이라는 지형적 한계 때문에 주거 공간 확장에 한계가 있었다. 반도건설이 기존 건물 리모델링 방식으로 아파트를 공급하려는 것은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출근과 재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늘어 최근 맨해튼 오피스는 수요가 줄고 공실이 늘고 있다. 반면 높은 금리로 기존 주택 소유자들의 매물이 줄면서 아파트 공급난은 심각하다. 뉴욕시 차원에서도 노후한 오피스 공간을 주택으로 바꾸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뉴욕시가 원하는 부분과 반도건설의 진출 의지가 딱 맞아떨어진 셈이다.
반도건설은 앞서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중심가에 아파트를 지었다. 반도건설이 토지를 매입해 시행과 시공, 임대 관리까지 하는 '더보라(The BORA) 3170'은 지난해 252가구 모두 임대가 완료됐다.
LA 2호 아파트인 '더 보라 3020'은 지하 1층~지상 8층, 총 262가구 규모로 올해 1월 착공해 2026년 12월 완공된다. 단지에는 야외 수영장과 피트니스, 루프톱 등 다양한 휴식 공간과 편의 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국내 부동산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반도건설은 2011년부터 해외 시장 문을 두드려 왔다. 우선 중동 지역에서 첫 번째 자체 개발 사업인 '두바이 유보라 타워'를 지은 데 이어 진입 장벽이 까다로운 미국 주택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LA 1·2호 사업 성공 사례를 지켜본 다른 도시에서 다양한 사업 제안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다각적으로 검토한 결과 미국 최대 항구도시인 뉴욕을 다음 행선지로 낙점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단지 내 다양한 부대 시설뿐 아니라 최첨단 방음 시스템까지 접목한 LA 더보라 아파트가 현지 젊은 층과 유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뉴욕 주택 시장에서도 한국식 아파트 시스템이 통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반도건설은 LA와 뉴욕을 넘어 미국 내 다른 도시로의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 자주 오가며 현지 개발 사업을 직접 챙기는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진입이 어려워 국내 건설사의 불모지로 불리는 미국에서도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는 집념으로 임직원들과 협심해서 성공 신화를 써왔다"고 밝혔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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