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황 주연, AI 조연'… 식당 구석서 창업해 황제기업 우뚝

이덕주 특파원(mrdjlee@mk.co.kr),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4. 6. 1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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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어떻게 세계 1위 기업이 됐나
대만 출생 9세때 미국이민
"화장실 청소엔 도가 텄다"
역경·투지에 전세계 열광
"GPU가 슈퍼컴 핵심" 예견
1년새 매출 3배, 순익 7배로
상장 25년만에 시총 3조弗
MS·애플보다 훨씬 빨라

◆ 엔비디아 질주 ◆

9266일(약 25년4개월).

엔비디아가 상장 이후 '시가총액 3조달러' 고지를 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전 세계 기업 가운데 이 고지를 넘은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까지 단 3곳이다. MS는 상장 이후 시총 3조달러가 되기까지 37년10개월11일이 걸렸고, 애플은 42년6개월18일이 걸렸다.

2022년 11월 챗GPT 등장 이후 엔비디아는 1년 사이에 매출 3배, 순이익 7배, 주가는 3배 이상 뛰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썼다.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10년 전만 해도 100억달러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게임용 그래픽카드를 만드는 '비주류 반도체 기업'이었다. 그랬던 이 회사가 짧은 기간 동안 300배 이상 성장한 것은 인공지능(AI)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여기에 과감히 베팅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 덕분이다.

최근 메타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SNS에 황 CEO를 소개하면서 "기술업계의 테일러 스위프트"라고 언급한 것이 큰 화제가 됐다.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라는 의미다. 실제로 황 CEO의 영향력과 인기는 '광기'에 비견될 만큼 뜨겁다.

황 CEO의 가장 위대한 점은 AI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뚝심 있게 장기간 투자를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최근 그의 발표나 인터뷰를 보면 확실한 스토리텔링이 있다. 바로 '고난'과 '실패에 굴하지 않는 투지'다. 비전과 실무 지식을 모두 갖춘 CEO로 유명하지만, 그런 황 CEO도 엔비디아를 창업한 후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1993년 4월 5일 '모든 사람이 부러워할(라틴어 INVIDIA) 것'이란 뜻의 거창한 사명으로 창업했지만, 시작은 미미했다. 창업 3년 차가 되도록 자리를 잡지 못해 파산의 기로에 선 그는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 측에 진심을 담은 편지를 쓴다. 작은 스타트업인 자신들의 첫 반도체를 만들어달라는 제안이었다. 이 편지는 TSMC를 이끄는 모리스 창 CEO에게 닿았고, 1998년 당시 64세였던 창 CEO는 32세의 황 CEO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파트너 제안을 하기에 이른다.

이듬해인 1999년 엔비디아는 '지포스'라는 제품으로 PC용 그래픽카드 시장에서 1위에 오르고 나스닥 상장까지 성공한다. 하지만 게임 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여서 항상 불안했고,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해야 했다.

다들 말렸지만 황 CEO는 병렬처리에 강한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슈퍼컴퓨터를 대중화시킬 것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2010년 이 시장에 진출한다. 그리고 10년이 넘는 긴 '겨울'을 지나 AI 학습에 엔비디아 GPU가 탑재된 슈퍼컴퓨터가 쓰이게 되면서 1년여 만에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2조달러 기업을 만들어낸 자리 1993년 엔비디아를 창업했을 때 젠슨 황 CEO가 공동 창업자들과 함께 일한 레스토랑 데니스의 테이블. 지난 2월 엔비디아가 시총 2조달러를 돌파하면서 데니스는 이곳을 '2조달러 기업을 만들어낸 자리'로 헌정했다. 조만간 '3조달러 기업을 만들어낸 자리'로 바뀔 예정이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엔비디아가 만드는 GPU는 단순한 계산 수천 개를 동시에 수행하는 '병렬처리'에 특화된 반도체다. 사람의 뇌를 모방한 인공신경망으로 AI를 만드는 딥러닝 연구자들이 GPU를 AI 학습에 사용한다는 것을 알고 엔비디아는 이들을 지원해왔다. 특히 2012년 열린 AI가 이미지를 인식하는 대회에서 GPU를 사용한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 팀이 우승하면서 딥러닝의 기술적 우위가 입증됐다. 이로써 엔비디아의 GPU는 AI 시대의 총아로 떠오르게 된다.

1963년 대만 남부 타이난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온 1.5세대 이민자다. 교육열이 남달랐던 부모는 황 CEO가 아홉 살 때 형제를 먼저 미국에 보냈다. 형과 함께 오리건주의 한 감화원(소년원) 학교로 보내졌는데, 부모의 기대와 달리 그곳은 폭력적인 환경이었다. 이후 부모님이 미국에 오면서 일반적인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됐지만, 생활고로 레스토랑 데니스에서 일을 해야만 했다.

황 CEO는 올해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설거지와 화장실 청소를 많이 했다. 여기에 있는 여러분들 모두를 합한 것보다 화장실 청소를 많이 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황 CEO는 오리건주립대학교를 졸업한 이후 실리콘밸리에서 반도체 회사에 취업했고, 여기서 엔비디아 공동 창업자인 크리스 말라초프스키와 커티스 프리엠을 만난다. 세 사람은 1993년 창업 초기 새너제이의 데니스 매장에서 만나 식당 테이블을 사무실로 삼아 일을 했고, 이 자리는 2023년 데니스에 의해 '1조달러 기업을 만들어낸 자리'로 헌정됐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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