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불완전판매 발생땐 은행 본점에 책임 물을것"

이복현, 20개 은행장 간담회
PF사업장 평가 미흡하면
충당금 추가 적립도 요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최근 빈발하고 있는 횡령 등 금융사고,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등 불완전 판매에 대해 "책임자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공개 경고에 나섰다. 은행권 내부통제 부실이 위험 수위에 달하고 있다는 판단에 금융감독원은 직접 은행 조직문화를 진단·분석해 개선을 유도하는 감독 프로세스도 마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해서는 철저한 사업성 평가를 통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개 국내 은행 은행장들과 함께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 원장은 "은행권 불완전 판매가 잇달아 발생했고, 최근까지도 서류 위조 등으로 인한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는 등 임직원의 도덕불감증과 허술한 내부통제 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이는 은행의 존립 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원장은 "금융감독당국은 향후 은행 임직원의 위법·부당행위로 인해 대규모 불완전 판매나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 조치하는 것 외에 새로운 감독 수단을 마련해 보다 근본적으로 은행의 조직문화가 바뀔 수 있도록 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우리은행에서는 경남 지역 한 지점 직원이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약 100억원의 대출금을 빼돌리는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영업점과 본점 여신, 감사 등 소위 3중 방어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본점에 문제가 있다면 지금 규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다음달 시행을 앞둔 책무구조도와 관련해 내실 있는 운영을 강조하기도 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금융회사 스스로 사전에 명확히 하는 문서다. 이 원장은 "지배구조법상 책무구조도가 금융사들의 면피 수단으로 쓰이게 운영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지배구조법이 운영상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임원이나 최고위 책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원장은 부동산PF 부실 사업장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PF 부실은 금융당국이 사업성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금융사가 그 심각성에 대해 인식을 하지 못해 이미 있는 부실이 장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는 게 맞는다"며 "금감원 내부 기준에 비춰 온정적 평가 내지는 구조조정 필요성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성 평가가 이뤄진다면 사업장 재평가나 추가 충당금 적립 등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