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5도 불볕더위 건설현장 안전수칙은… “‘물·그늘·휴식’ 보장 돼야”
건설업 클린사업 지원 사업장 방문, 안전난간·휴게시설 설치 등 권고
현장 근로자 대상 쿨키트 전원 지급
[마이데일리 = 신용승 기자] “안전모 착용, 물·그늘·휴식 필수입니다”
19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서울광역본부에서 실시한 ‘건설현장 패트롤 현장점검’에 기자가 동행한 날, 서울 최고 기온은 35도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온도를 갱신하며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이날 기자는 고광재 서울광역본부장, 정경환 건설안전팀장, 윤현진 안전문화팀장 등과 패트롤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소재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현장으로 이동했다. 현장 주변은 이면도로로 고압선이 지나가고 바로 맞은편에는 건물 주차장 출입구가 있는 등 매우 혼잡스러웠다. 현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시스템비계와 수직보호망, 추락방호망이었다.
고 본부장은 “해당 사업장은 공단 건설업 클린사업 지원 사업장으로 시스템비계, 수직보호망 설치 면적구간별 정액과 안전방망 및 사다리형 작업발판 구입·설치비용의 50~65%가 최대 30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됐다”고 말했다.
앞서 공단은 지난 1월부터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클린사업 지원 신청을 받고 있다.
해당 공사현장 소장과 만난 정 팀장은 공사의 진척 상황, 금일 공정 내용, 위험요인 중점관리 방안 등을 물어봤다. 패트롤 점검은 순찰 개념으로 오랜시간을 소비하기보단 최근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한 사안들을 중점으로 효율성 있게 점검해 공사현장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서 가장 먼저 지적된 사항은 1층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려져 있는 안전모였다. 고 본부장은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정리정돈 되지 않은 현장은 근로자들에게 안전에 대한 긴장감을 느슨하게 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정 팀장은 수직으로 방치돼 있는 다량의 철근을 보고 “별도의 커버를 씌우거나 안전난간을 설치해 통로와의 구획을 나눠줘야 한다”며 “근로자가 철근으로 넘어질 경우 자칫하면 사망에 이를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가 직접 철근을 만져본 결과 날카로울 뿐만 아니라 녹이 슬어 근로자가 주변으로 넘어질 경우 중대재해를 유발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계단을 올라가던 정 팀장은 외부 난간에 건설 자재들이 쌓여있는 모습을 보고 “크기가 작은 자재라도 바닥에 안전하게 야적해야 한다”며 “현장안전은 보행 통로, 작업 통로, 자재 야적계획을 어떻게 세우는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3층에 설치된 정수기를 본 고 본부장은 “여름철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물·그늘·휴식이 필수”라며 “근로자가 이용하기 편리하고 가까운 장소에 적정 온도를 갖춰 휴게시설을 설치하고 얼음물을 비치하는 등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현장은 지하 1층, 지상 11층 규모였지만 기자가 계단을 올라가며 확인해 본 결과 정수기는 단 한 대 밖에 놓여있지 않았다. 이날 기자는 단순히 안전모만을 착용하고 계단을 오르내렸을 뿐인데 더운날씨에 갈증과 현기증을 느꼈다. 마스크와 안전모, 안전대 등을 착용한 근로자라면 수분섭취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정 팀장은 자재 이동을 위한 리프트 앞에서 현장소장에게 “법에서 정하고 있는 리프트 정기정검은 6개월에 한 번씩이지만 이는 최소한의 리미트를 잡아주는 것”이라며 “한 달에 한 번 자체 점검과 근로자 리프트 탑승 안전교육을 실시할 것”을 당부했다.
고 본부장은 고소작업을 위해 현장에 놓여진 말비계를 보며 “1.8m 이상의 높은 공간에 머리가 떨어지면 자기 몸무게 10배의 충격이 가해진다”며 “두개골이 깨지는 하중은 480kg 정도로 고령의 근로자는 순발력과 민첩성 등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말비계는 현장에서 사용을 지양할 것”을 주문했다. 대신 완전한 사각형 구조로 접지면적이 넓어 안전한 이동식틀비계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패트롤 점검을 마친 공단은 현장 근로자 전원에게 쿨토시·쿨타울·일회용 땀흡수밴드 등이 담긴 쿨키트를 배부했다.
고광재 본부장은 “최근 서울 강남지역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했는데 연이은 폭염에 안전모가 불편하더라도 생명모라는 마음가짐으로 반드시 착용해야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단은 온열질환 3대 예방수칙인 물·그늘·휴식이 정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며 힘들겠지만 올 여름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공사현장 소장은 “현장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게 안전인데 공단 패트롤 점검으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 번 느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미쳐 파악하지 못한 위험 요인을 인지할 수 있었고 당장 내일부터 근로자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정수기를 추가로 설치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본지와 정경환 건설안전팀장의 일문일답.
- 서울광역본부 건설업 재해현황은
▲ 작년 한 해 동안 전국 산업현장에서 사고로 인해 사망한 근로자는 812명이다. 이 중 건설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가 356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약43.8%이며 절반 이상(약 55.6%)인 198명이 ‘추락’으로 사망했다. 서울광역본부 관내에서도 추락사고사망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 지난해 건설현장 사고사망자 22명 중에 12명(약 54.5%)을 차지한다. 올 6월 기준으로는 서울광역본부 관내 건설현장에서 11명 중 7명이 추락으로 사망해 약 64%에 해당한다.
- 서울지역 건설현장의 특징과 사망사고 예방 주요 내용은
▲ 서울지역 건설현장은 복잡한 도심지 내 공사로서 용적율이 높은 건축물을 시공하기 때문에 작업 및 자재야적 공간이 매우 협소하다. 또한 현장 주변의 기존 건물과의 이격거리가 짧아서 건설현장에서 적극적인 재해예방활동이 중요한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건설현장의 특성상, 작업공정 및 환경이 수시로 바뀌어 적기에 안전시설을 설치하거나 유지, 관리하는 것이 어렵다.
또한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인 중·소규모 건설현장이 전체 건설현장의 약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 현장의 대부분이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가 없고 현장의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며, 상대적으로 공사기간이 짧아 재해예방 기술지도에 어려운 점이 많다. 건설근로자 대부분이 일용직이고, 이동이 빈번해 현장에서 체계적인 안전교육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설현장은 다른 업종과 달리 높은 곳에서 일을 하는 고소작업이 많아, 높은 작업장소에서 떨어지는 추락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건설현장에서 추락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공사 중 작업발판을 설치하기 위해 임시로 조립하는 가설구조물인 비계이다. 현장에서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 비계를 규정대로 안전하게 조립하지 않거나 작업발판을 일부만 설치하는 경우, 또 발판을 고정하지 않는 경우, 넘어질 때 추락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아서 작업하던 근로자가 추락하는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다.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곳은 사다리로 사다리는 건설현장 뿐만 아니라 가정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사용하고 있다. 사실, 사다리 위에서는 원칙적으로 작업을 하면 안되며 불가피하게 사다리에서 꼭 작업할 수밖에 없고 높이가 3.5m 이하인 경우에는 추락 예방 안전조치를 취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 중·소규모 건설현장 중심의 패트롤 사업이란
▲ 서울광역본부에서는 중·소규모 건설현장 사망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추락재해 예방에 집중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은 강남구, 서초구, 마포구 등 사망사고 3대 다발지역을 ‘레드존’으로 지정·운영하고 관내 지역 전담부서를 지정해 전사적으로 현장 점검을 실시한다. 추락사고의 큰 원인이 되고 있는 불안전한 비계 사용을 근절하고자, 건설현장 패트롤 기술지원과 병행해서 안전성이 확보된 시스템 비계 보조금 지원설치를 유도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소규모 건설현장 경우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시스템 비계를 설치하는 건설현장에 대해서는 설치비용의 일부를 지원해주는 클린사업장 조성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전에는 일반 강관비계(지름이 48.6MM의 쇠파이프 형태)로 설치하는 것보다 시스템비계 설치단가가 상대적으로 30~40% 정도가 비싸서 설치를 기피했다. 하지만 고용부와 공단에서 지속적으로 지도감독을 통해 설치현장이 늘어나면서 단가도 떨어져 최근에는 설치하는 현장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아울러 사고사망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규모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6~7월을 추락사고예방 집중기간으로 지정하고, 건설현장 3고 운동(안전모 쓰고! 안전대 걸고! 개구부 막고!)을 전개해 사망사고 근절하기 위한 분위기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취약시기(장마철·폭염)를 대비하기 위해 SNS를 활용한 관내 건설회사, 건설현장, 전문건설업체 및 유관기관 등 2000여 개소에 매주 1회 사고사례 전파 및 기술자료를 공유해 건설업 재해예방활동을 강화하기도 한다.
- 공사금액 50억 미만 중 소규모 건설현장 당부사항은
▲ 추락사고는 한번 당하면 사망이나 회복이 불가능한 중상을 입게 된다. 이런 추락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현장 책임자는 적기에 안전시설을 설치해 근로자의 추락사고를 막아햐 한다. 근로자는 안전모 안전대, 안전화 등 개인보호구를 올바르게 착용하고 안전수칙에 따라 작업을 진행한다.
본격적인 여름철 폭염이 예상되는 가운데 건설현장의 작업환경은 더욱 힘들고 어려울 때이다. 폭염 속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사업주는 물, 그늘, 휴식 등 3대 기본수칙을 지키고 또한 휴식, 작업시간 조정·단축, 작업중지 등 폭염 단계별 조치사항을 반드시 준수할 것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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