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레바논과 전면전"… 바이든 외교 더 꼬였다
軍, 헤즈볼라 공격계획 승인
중동전쟁 확전 가능성 커져
대선 앞둔 바이든 전전긍긍
美, 가자 임시부두 조기 해체
'전시 내각'을 전격 해체한 이스라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공격 계획을 승인하면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의 전면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가자전쟁 휴전을 위해 바삐 움직이던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중동 정책이 더 꼬이게 됐다.
이스라엘군은 1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북부 사령관인 오리 고딘 소장과 작전 참모인 오데드 바시우크 소장이 전황 평가 회의를 열고 레바논 공격을 위한 작전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 주요 도시 하이파의 항구와 공항을 포함한 위치를 항공 정찰로 수집한 드론 영상을 공개한 직후 이스라엘군의 공격 계획이 승인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번 이스라엘군의 결정은 헤즈볼라의 대(對)이스라엘 무력 공세가 격화한 가운데 이뤄져 본격적인 전면전을 위한 수순일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하마스 지지를 선언하고, 이스라엘과 연일 무력 공방을 이어왔다. 헤즈볼라는 가자지구 전쟁이 중단되지 않으면 이스라엘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전면전이 벌어지면 헤즈볼라는 파괴될 것이며 레바논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하마스보다 전력이 몇 수 위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전면전이 발발하면 양측이 심각한 피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정치 조직이며, 레바논 정규군을 압도하고 있다.
1980년대 초·중반 이란의 지원을 받아 창설된 헤즈볼라는 미국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테러 활동을 해왔다. 레바논 내전이 끝난 이후에는 권력 분점에 합의한 주요 정파 가운데 하나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웠다. 헤즈볼라는 고도로 훈련된 정예병과 정밀 타격 장거리 유도 미사일, 이스라엘 방공망을 약화할 수 있는 대량의 공습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정교한 방공 시스템을 빠르게 무력화하고 대도시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최소 13만기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전했다. 병력 규모는 1만명으로 파악되며, 시리아 내전에 이란과 함께 참전해 상당한 실전 경험을 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선을 5개월 앞둔 바이든 행정부는 에이머스 호크스타인 특사를 급파해 확전 방지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들어갔다. 호크스타인 특사는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은 충분히 오래 지속됐다"며 "갈등을 외교적으로 조속히 푸는 것이 모두의 이해와 관련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에는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사진)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 등을 면담했다.
한편 이스라엘이 아직 작전을 끝내지 않은 가자지구에서의 인도적 지원을 위해 미국이 만든 임시 부두가 예정보다 수주 일찍 운영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NYT가 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군이 2300만달러를 들여 건설한 이 부두는 지난달 17일 완공된 이후 운영된 기간이 10일에 불과하다.
헤즈볼라와 전면전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라파에서의 군사작전 규모를 줄일 방침이라는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가 나왔다. 대규모 공습을 벌이며 지상군을 직접 투입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소규모 표적 공격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라파 작전 축소를 두고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와의 전면전을 대비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다만 WP는 지상 작전이 끝났다고 해도 이것이 가자전쟁의 종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내에서 이스라엘군이 통제하는 지역에서도 여전히 하마스의 소규모 그룹이 이스라엘군을 겨냥해 로켓을 발사하는 등 계속 공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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