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는 아닙니다만’ 수현 “그렇게 눈물 쏟았던 복동희, 제 낮았던 자존감이 떠올랐어요”[스경X인터뷰]
배우 수현의 연기 행보는 공교롭게도 그가 결혼하고 엄마가 된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그는 가정을 일구고 아이를 만난 이후인 2021년 ‘키마이라’의 유진 해서웨이 역을 시작으로 지난해 ‘경성크리처’의 첫 번째 시즌, 올해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 출연했다.
최근 행보는 마치 작정한 듯 자신을 괴롭히는 것 같다. ‘경성크리처’의 마에다 역은 속을 알 수 없는 일본 여인으로 영어를 모국어처럼 쓰고, 우리말을 나중에 익혔던 그가 대사의 95% 이상을 일어로 소화한 작품이다. 게다가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 그는 장장 8시간의 특수분장을 통해 100㎏의 ‘복동희’로 변했다.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눈물이 쏟아졌는데, 지금까지 많은 작품에서 연기했지만 그렇게 울었던 적은 처음인 것 같아요. 왜 그렇게 제가 복동희 역할에 애착을 갖게 됐을까요? 모두가 예상할 수 없는 연기를 했던 것도 좋았고, 감독님이 환경을 잘 만들어주셔서 촬영장 가는 마음이 즐거워서 이제 더는 이 현장을 만날 수 없겠다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네요.”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알려졌다시피 초능력자 집안의 이야기다. 극 중 주인공 복귀주(장기용)의 누나인 복동희는 왕년 모델활동을 할 정도로 선망을 받던 인물이었지만 후배 모델의 큰 부상에 죄책감에 시달려 몸무게가 늘어난다. 늘어난 몸무게로 날 수도 없고 자신만 책망하는 ‘우울증’의 다른 이름이었다.
“입는 옷이 엄청 많아요. 일단 몸의 열을 내려주는 옷을 입고, 내피를 입은 다음 솜모양으로 된 근육을 입고 외피를 입어요. 실리콘으로 마감을 하며 한 벌을 더 입고 그 위로 옷을 입죠. 위아래로 옷을 잠가서 바람 나갈 구명이 없어요. 더우면 목 부분에 실리콘을 열고 바람을 쐬어주는 정도였죠. 그 차림으로 런닝머신을 뛰거나 와이어를 달고 나는 촬영을 해야 했어요.”
그런 특수분장은 매번 입고 벗는 데 8시간이 걸린다. 다른 배우들이 아침 촬영에 맞춰 새벽에 출발한다면 수현은 아예 밤에 나와 밤새 분장을 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이 역할을 하려던 때 미국의 유력 작품에서 섭외가 오기도 했지만 복동희를 위해 포기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177㎝의 큰 키와 우월한 미모 그리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그의 필모그래피. 자격지심으로 가득 찬 복동희의 캐릭터와는 너무도 동떨어져 보이지 않았는지.
“실제 저도 자존감이 낮았던 때가 많았어요. 너무 많았기에 구체적인 말씀은 드릴 수 없을 정도로요. 스스로가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요. 저도 스스로 배우로서 자존감이 낮았고, 한국인으로서 미국에 살면서 문화적으로도 ‘나는 어디에 속하는 사람인가’ 싶어 이해하지 못하는 때도 많았어요. 어릴 때 성격이 굉장히 부끄러움이 많았는데, 이 역시 어린 시절 아무도 저를 알려 하거나 이해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서울에서 태어난 수현은 5살부터 12살까지 미국 뉴저지에 살았다. 한창 예민하던 시기 겪었던 낯선 땅에서의 경험은 그를 위축되게 만들었다. 배우를 시작할 때도 비슷했다. ‘한국말을 잘하지 못하는 한국 배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가지고 있는 능력을 살리려고 노력해 2014년 마블스튜디오의 영화 ‘어벤져스:에이즈 오브 울트론’에 캐스팅되는 영광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배우로서, 조금 더 대중에게 깊이 각인되고 싶다.
“동희의 역할을 연기하면서 더 도전하고 싶어졌어요. 배우로서도 성장은 누구나 하고 싶잖아요. 스스로도 그런 어려운 점을 부담으로 생각하지 않고 더욱 재미있게 느끼고, 호기심을 갖는 수준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잘할 수 있을까?’ 자문하던 시기였다면, 지금은 과감해진 것 같습니다.”
8등신의 그가 100㎏의 복동희가 되고 캐릭터 속에 완벽하게 숨었다. 예전의 연기와 지금의 연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이들을 보면 속으로 큰 희열을 느꼈다. 그는 이제 막 4살배기 딸과의 하루가 기쁜 엄마지만, 배우로서 욕심도 숨길 수 없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고두심 선생님이나 (천)우희, (장)기용이, (박)소이와 함께 연기해서 너무 기뻤어요. 선생님이고 또래고, 저보다 어렸지만 다 배울 점이 있더라고요. 가정이 생긴 부분도 큰 힘이 되는데요. 조금 더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과감해진 부분이 있어요. 제 한계를 아는 부분이, 오히려 그 안에서는 더 과감해지는 힘이 되더라고요.”
수현은 할리우드의 작품들을 한류의 최전선에서 맞닥뜨리면서 한국 배우나 작품, 연출자들에 대해 달라지는 외국의 시선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한국의 다양한 콘텐츠, 열정있고 열심히 하는 배우들 그리고 세련미를 더하는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면 ‘K-콘텐츠’의 전성시대는 계속 이어질 거라 믿는다.
“지금도 대놓고 ‘백인’의 배역이지만 오디션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렇게 열정이 있는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다음에는 조금 고생을 덜 하고, 고상하게 차도 마실 수 있는 그런 로맨스 배역도 해보고 싶어요.”(웃음)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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