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한국엔 명품이 없나” 루이비통도 국내서 사업했음 ‘럭셔리 왕국’ 불가능 [그 회사, 한국 기업이었다면⑤]
해외기업, 지주회사 체제 속 지배력 강화
LVMH, 손자회사로 다양한 브랜드 지배
세븐일레븐·르노, 금융자회사로 시너지 꾀해
한국은 자회사 설립, 보유지분 규제 엄격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전 세계 럭셔리 산업을 주름잡고 있는 프랑스 기업 LVMH는 지난 2021년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를 158억달러에 인수했다. LVMH가 건설한 ‘럭셔리 왕국’에 티파니까지 합류하면서 명품 산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1987년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LOUIS VUITTON)’과 코냑제조사 ‘모엣 헤네시(Moët Hennessy)’가 합병하면서 탄생한 LVMH그룹은 지주회사와 중간 지주회사를 거쳐 손자회사를 통해 다양한 명품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19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LVMH그룹의 지주회사인 피난시에르 아가슈는 자회사 크리스챤 디올 지분 96%를 갖고 있고, 디올은 다시 손자회사 LVMH의 지분 42%(2023년 12월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LVMH는 산하에 우리에게 익숙한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전체 지주회사 체제에서 보면 증손회사 격이다. 이를 통해 의류부터 가방·시계·귀금속 등에 이르기까지 남부러울 것 없는 화려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루이비통, 셀린느, 펜디, 지방시, 불가리, 태그호이어, 위블로 등이 모두 LVMH 산하 브랜드다. 화장품 업체 세포라와 면세점 DFS도 LVMH가 지배하고 있다. 이 덕분에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LVMH의 회장 겸 CEO인 베르나르 아르노는 2024년 세계 최고 부자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만약 한국이었다면 LVMH가 이처럼 수많은 브랜드를 아우르는 명품 왕국을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국내 공정거래법 18조는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까지 출자를 허용한다. 예외적으로 증손회사를 둘 수 있는데 이 경우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지분율 100% 전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만약 손자회사인 LVMH가 국내법 적용을 받았다면 지분율 100%가 되지 않는 증손회사 이하 계열사는 매각·합병을 통해 정리해야 한다. LVMH가 지금처럼 산하에 각종 명품 브랜드를 한데 끌어모아 소유하는 것이 불가능한 셈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해외에 비해 국내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규제가 상대적으로 강력한 수준이어서 일부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돼 왔다.
미국의 경우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규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초래하는 지주회사의 설립만 규제하고 있다.
미국 최대 에너지 기업 서던컴퍼니그룹은 지주회사가 지역별로 중간 지주회사를 두고 있고, 각 지역별 중간 지주회사가 다시 풍력·태양광 등 발전 부문별 중간 지주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최대 7단계에 걸쳐 출자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별·부문별 수직계열화로 경영 효율성을 도모하고 있다.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 금지 역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주회사 규제 중 하나로 꼽힌다. 반면, 일본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보유하며 시너지를 꾀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세븐&아이 홀딩스(Seven & I Holdings)는 총 4개의 주요 금융 자회사 ▷세븐 뱅크(Seven Bank) ▷세븐 파이낸셜 서비스(Seven Financial Service) ▷세븐 카드 서비스(Seven Card Service) ▷세븐 CS 카드 서비스(Seven CS Card Service)를 보유하고 있다.
세븐&아이 홀딩스가 지분 46.4%를 보유한 세븐 뱅크는 뱅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ATM기를 설치하거나 금융 혜택 등을 제공하며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가령 세븐&아이그룹 뱅킹 계좌에 포인트 적립 등 편의점 소비 혜택을 부여해 편의점에서 더 큰 금액을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프랑스에서도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 르노(Renault) 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내에서도 금융 관련 회사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르노 그룹은 르노 S.A.S라는 지주사를 100% 소유하고, 그 아래에 사업부문별 3개의 자회사(자동차 제조·세일즈 파이낸싱·모빌리티 서비스)를 두고 있다.
이 중에서도 세일즈 파이낸싱 부문이 산하에 은행과 캐피탈, 보험 등 다양한 형태의 금융사를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제조 부문 역시 르노 파이낸스 SA(Renault Finance SA)라는 자회사를 100% 소유하고 있다.
프랑스는 또한 우리나라와 달리 자회사 간의 출자를 통해서도 시너지를 촉진하고 있다. 보험회사 AXA그룹의 지주회사인 AXA SA가 그렇다. 자회사 AXA France IARD가 또 다른 자회사 AXA France Vie 지분 1.42%를 보유하고 있고, AXA France Vie 역시 같은 자회사 위치에 있는 DHP SAS 지분을 29.71% 갖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자회사 간 출자금지 규제로 인해 이러한 구조가 불가능하다.
최근 한경협 의뢰로 ‘G5 국가의 지주회사 체제 기업집단 사례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러한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에 대해 “궁극적으로 사업 간 시너지 촉진을 위한 경영전략의 일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공정거래법 18조 2항과 5호에 의해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보유하는 것이 막혀 있다. 세븐일레븐의 사례처럼 서로 다른 사업 간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불가능한 셈이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은 또한 지주회사가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고, 자회사 역시 비상장 손자회사 발행주식총수의 50% 이상을 취득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반면 독일은 자회사 지분율에 관한 규제가 없어 소수 지분만으로 계열사 지배가 가능하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일본 은행지주회사 미즈호 파이낸셜 그룹은 지분율 50% 미만으로도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일본 수탁은행(Custody Bank of Japan) 지분 27%, 상장사 미즈호 리싱(Mizuho Leasing) 지분 23%를 갖고 각각 해당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 공정거래법 적용을 받는다면 추가로 지분을 취득하기 위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
지 교수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기업집단은 이러한 지분율 규제로 인해 사실상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분율 50%까지 주식을 추가로 취득해야 하거나 자회사 지분을 강제로 처분해야 한다”며 “이러한 지주회사 사전규제는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비용을 증가시키고 경영 비효율성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joz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호중 방지법’ 나왔다…“사고 후 도주해 추가 음주, 강력 처벌”
- "의료파업에 무통주사 못맞아" 후폭풍 커지자…황보라 “신중하지 못했다” 사과
- “1억 주면 조용히 있겠다”…백종원 신고한 ‘연돈볼카츠’ 점주들, 돈 때문?
- “사는 거 다 똑같네” 쇼핑하는 신민아 기다리는 김우빈 ‘눈길’
- 박세리 父 박준철씨 "아빠니까 나설수 있다 생각했다"
- 전현무 “환승보다 잠수이별이 최악” 이유 들어보니
- “손흥민 인종차별 왜 가만두냐”…토트넘 침묵에 서경덕이 FIFA 고발
- 송중기·케이티 최근 근황…한남동서 유모차 끌며 산책
- 민희진, 양조위와 셀카 올리며 “곧 만나요”…역대급 콜라보, 또 한번?
- 송혜교, 베니스에서 레드 드레스 …고혹적 매력 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