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중입자치료 건강보험

생존율은 가장 높고, 치료 시 통증과 후유증은 가장 적은 암치료법. '꿈의 암 치료기'라 불리는 중입자가속기에 관한 얘기다. 세브란스병원이 오는 25일부터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중입자 치료를 시작한다. 지난해 4월 전립선암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처음 중입자 치료법을 도입한 뒤 췌장암과 간암으로 사용 범위를 넓힌 데 이어 이번에 폐암까지 중입자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장비 구입과 설치 비용을 합치면 대당 3000억원에 달해 치료비도 기존 방사선 치료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췌장암 환자의 경우 3주 동안 12회 치료를 받는데 비용이 6500만원 정도 든다. 건강보험 비급여 항목이라 전액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입자가속기를 보유한 세브란스병원은 건강보험 적용을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워낙 고비용 치료법인 데다 방사선 치료와 같은 대안이 있기 때문에 단기간 내 건강보험 급여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본만 봐도 1994년에 처음 중입자 치료를 도입했지만 2016년이 돼서야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일본 국민이 폐암, 전립선암 등에 중입자 치료를 받을 경우 환자 부담은 보통 1000만원 미만이다.

국내에서도 중입자 치료법 효과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지만 건보 적용이 안돼 민간 보험사들의 '공포 마케팅'이 인기를 끌고 있다. 보험사들이 수천만 원대 중입자 치료비 보장을 내세워 항암방사선 특약이나 암특정치료비 특약을 경쟁적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정부는 건보 재정을 고려하는 게 당연하지만 의학적 검증이 완료된 치료법인 만큼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급여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다른 치료법 대비 중입자 치료 생존율이 월등히 높은 환자들이 우선 대상이 될 수 있다. 양성자 치료 역시 2015년 제한된 범위에서 건강보험 급여화를 시작해 대상을 확대한 바 있다. 그전까지 최대 2000만원에 달하던 항암 양성자 치료 비용은 건보 적용 후 200만원 안팎으로 줄었다.

[박만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