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도' 이례적 6월 폭염에 시민들 '피난'…온열 질환자도 '속출'

김기현 기자 유재규 기자 양희문 기자 윤왕근 기자 김세은 기자 장수인 기자 2024. 6. 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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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도 넘어요"…'찜통 더위' 속 생계 유지하는 상인들
"아직 6월인데"…강원도 해변엔 '폭염 피난민' 한가득
서울의 최고기온이 35도 까지 오르며 첫 폭염특보가 발효된 19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 놓인 온도계가 지열까지 더해져 40도를 훌쩍 넘기고 있다. 2024.6.19/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전국=뉴스1) 김기현 유재규 양희문 윤왕근 김세은 장수인 기자 = 제주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등 찜통더위가 이어진 19일 대다수 시민은 저마다 '이른 폭염 나기'에 여념 없는 하루를 보냈다.

◇ "너무 더워" 밥 대신 커피·냉면…힘겨운 '이른 폭염 나기'

"너무 더워서 입맛도 없네요. 밥 대신 커피라도 먹으려 나왔습니다."

아침부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 이날 낮 12시쯤 경기 화성시 반월동 한 카페엔 손님 20여 명이 우르르 몰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해당 카페는 손님으로 꽉 들어찼다. 모두 점심거리로 '밥' 대신 '브런치'를 선택한 이들이었다.

이곳 주변에서 일하는 박모 씨(28)는 "아침부터 더위 때문에 녹초가 됐다"며 "그래서 동료들과 시원한 카페에서 커피와 브런치를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땐 간발의 차로 순서를 놓친 손님 10여 명이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이 중 일부는 더위를 이겨내고자 양산을 펼쳐들거나 손부채질을 하는 모습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매장 취식을 포기하는 이들도 여럿 있었다. 이들은 커피를 포장한 뒤 따가운 햇빛을 피하려 발걸음을 재촉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비슷한 시각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소재 막국수 가게 역시 손님으로 꽉 들어찼다. 대기석은 물론, 주차 공간까지 협소했다.

대기석에 있던 일부 손님은 더위를 참지 못하고 직원을 향해 "대기손님 얼마나 있느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느냐" 등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에 직원은 "50팀이나 있다" "1시간 20~30분 정도 기다리셔야 한다"고 답하면서도 손님들을 달래기 바빴다.

울산 북구 화봉 화훼단지 내 위치한 한새다육. 비닐하우스 내부에는 찜통 같은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2024.06.19. ⓒ News1 김세은 기자

◇ "40도 넘어요"…'찜통더위' 속 생계 유지하는 상인들

'찜통더위' 속에서도 소상공인들은 저마다 생계 유지를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날 오후 2시 울산 북구 화봉 화훼단지에선 푹푹 찌는 더위에 인적 없이 식물들만 비닐하우스를 지키고 있었다.

이곳에서 7년째 다육식물 농장을 운영 중인 이덕숙 씨는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이날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는 37도에 육박했다.

다육식물 껍질을 벗기는 작업을 하고 있던 이 씨는 "이제 6월인데 나중에 본격적으로 여름이 오면 여기는 한 40도씩 넘어간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이 씨는 여름마다 비닐하우스 내부에 환풍기를 작동하고, 이중 그늘막을 설치해 열기를 내보내고 있다.

같은 날 오후 2시께 찾은 경기 고양시 원당시장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35도 안팎을 넘나드는 무더위 이곳 상인들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상인들은 연신 부채질을 하거나 얼음물을 마시며 더위를 쫓아내려고 애썼지만, 사방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 탓에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선풍기도 후텁지근한 날씨 때문에 시원한 바람은커녕 부채질보다 못한 바람이 나오면서 사실상 쓸모없는 물건이 돼버렸다.

곱창, 전, 분식, 찐옥수수 등 열기 앞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노점상들의 얼굴은 붉다 못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분식점을 하는 A 씨(60대)는 "6월 중순에 이렇게 더운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장사를 접고 빨리 집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강원 강릉지역 낮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한 19일 강릉 송정해변을 찾은 시민들이 솔밭 그늘에서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4.6.19/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 "아직 6월인데"…강원도 해변엔 '폭염 피난민' 한가득

낮 기온은 무려 35도에 육박한 강원 해변 곳곳에는 이례적인 '6월 폭염'을 피해 밖으로 나온 '피난민'들로 가득 찼다.

솔밭으로 유명한 강릉시 송정해변은 주말이나 성수기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모였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관광객이 아닌 주민들로, 폭염에 취약한 어르신들이 많아 보였다.

김모 할아버지(70) "아직 6월밖에 안됐는데, 이렇게 더운 건 처음인 것 같다"며 "안에서 에어컨을 쐬자니 돈 걱정도 되고, 오히려 몸이 상할 것 같아 솔밭에 나왔다"고 말했다.

송정해변에 우거진 소나무 숲은 따가운 햇빛을 막아주는 세상에서 가장 큰 양산 역할을 했다.

소나무에 달린 수많은 솔잎은 바로 앞 동해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솔밭 곳곳으로 배달하는 선풍기 날개로 변했다.

텐트를 쳐놓고 낮잠을 청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안목해변 커피전문점에선 점원들이 연신 컵에 얼음을 담기 바빴다.

점심시간 강릉 별미인 막국수 전문점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손님들은 막국수가 나오기도 전 시원한 동치미 국물부터 벌컥 들이킨 뒤 "살 것 같다" "아 시원하다" 등 감탄사를 자아냈다.

반면 폭염과 함께 불쾌할 정도로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교동 택지 등 강릉 도심은 점심시간에도 평소보다 한산했다.

한편 기상청은 19일 오전 10시를 기해 인천을 제외한 경기, 서울 등 수도권 전역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폭염주의보는 일최고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황이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발령된다.

이 밖에도 현재 내륙을 중심으로 전국 92개 기상특보 구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기상청은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33도 내외(내륙은 35도 내외)의 낮 기온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폭염특보가 발표된 수도권과 강원 중부 내륙, 충청권 내륙,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최고체감온도가 33도 내외로 높을 전망이다.

이로 인해 지역별로 온열 질환자도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전북지역에서 16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열사병 5명 △열탈진 8명 △열경련 3명 등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으니 야외 활동과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며 "특히 영유아와 노약자, 만성질환자는 건강관리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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