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우칼럼] 옐런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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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를 이끄는 수레의 두 바퀴는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다.
선거를 5개월 앞둔 시점 미국의 '경제사령관'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다.
미국 경제와 관련한 옐런의 발언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옐런 장관은 최근 뉴욕에서 바이든 정부의 어젠다를 설명하며 연준의 두 가지 목표인 고용과 물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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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대선에 가까워질수록
파월 의장 영향력 잃어가고
옐런 장관 존재감 더 커질 것
미국 경제를 이끄는 수레의 두 바퀴는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다. 두 바퀴는 비슷한 높이에서 함께 굴러가지만 운전자는 바뀐다. 평시에는 연준이 주목받지만 급할 때는 재무부가 나선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도 그중 하나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대선은 경제에서 승패가 갈린다. 이번에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이 경제의 핵심 중 하나로 부상했다.
선거를 5개월 앞둔 시점 미국의 '경제사령관'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다. 금리 정책과 관련해 그가 이 시점에 주목받는 이유가 여럿 있다. 먼저 연준은 형식적으로 '정치적 독립'을 표방한다. 반면 재무부는 현 대통령인 바이든의 연임을 위해 뭐든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위치다. 옐런은 또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연준 의장을 지냈다. 법률가 출신인 제롬 파월 연준 의장보다 통화정책과 관련한 지식과 경험에서 모자람이 없다. 옐런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때 특별한 과오 없이 연준 의장에서 옷을 벗은 '악연'도 있다. 트럼프 정권으로부터 임명받은 파월보다 전투력이 강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미국 경제와 관련한 옐런의 발언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갈수록 모호하고 두리뭉실해지면서 시장의 신뢰를 잃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옐런 장관은 최근 뉴욕에서 바이든 정부의 어젠다를 설명하며 연준의 두 가지 목표인 고용과 물가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노동시장과 관련해 옐런은 "미국 노동시장은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복귀하고 있다"며 "임금이 올랐지만 물가를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반면 물가와 관련해서는 근심을 내비쳤다. 옐런은 "물가는 조금 더 안정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주택·교육·의료 분야에서의 생활비가 과도하게 높아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옐런의 발언은 정확히 미국인들의 민심을 반영한다. 미국 유권자들도 높은 물가를 바이든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꼽았다. 트럼프 정부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평균 1.9%였지만 바이든 정부 때는 5.3%로 껑충 뛰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안정됐지만 서민 생활에 영향이 큰 주거비와 의료서비스 물가는 오름폭이 커 여전히 울퉁불퉁하다. 이 정도로는 민심을 잡기에 역부족이다.
옐런은 재정·통화 정책을 통해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뉴케인지언 학파'의 소신을 갖고 있다. 그는 자신이 연준 의장으로 재직했던 기간에 4%의 실업률과 2.1%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것을 치적으로 삼는다. 정책 수단을 동원해 이 정도 지표를 다시 회복한다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여기서 향후 미국 통화정책의 단초가 보인다. 옐런의 1차 목표는 고용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지금은 실업률이 낮아 물가가 이슈가 되고 있지만 실업률이 오른다면 선거에는 더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향후 실업률이 4%대 초반을 넘어 불안한 조짐을 보인다면 연준은 발 빠르게 금리를 내려 대처할 것이다. 반면 실업률이 4% 이하로 안정된다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하에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4%,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3% 수준이다. 옐런의 '프리즘'에서는 현재로선 금리를 내릴 상황은 아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파월의 카리스마는 사라지고 옐런의 존재감은 커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통화정책이 정치의 영향을 받을수록 선거 뒤 부작용은 커진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선거 부작용을 걱정할 정도로 한가해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부터는 옐런의 시간이다.
[노영우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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